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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이야기]집값 하락 전세 상승 ‘깡통전세’ 주의보
9월부터 가을 이사철이 시작된다. 가을 이사철에 이뤄질 전·월세 실거래 건수는 30만건에 육박할 것으로 예측된다. 하지만 지속되는 집값 하락과 전세가 상승이 맞물리면서 ‘깡통전세’를 조심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깡통전세는 집주인이 집을 담보로 은행에서 빌린 돈과 세입자의 전세금이 집값보다 많아 집이 경매로 넘어갔을 때 세입자가 보증금을 받을 길이 없는 전세다. 깡통전세는 수도권 일부 지역에서 나타나는 상황이지만, 집값이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전세가가 계속 상승하면 더욱 넓게 퍼질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집은 있지만 가난한 사람들을 일컫는 ‘하우스푸어’(과도한 대출로 집을 마련한 후 이자부담으로 힘들게 생활하는 사람)에 이어 깡통주택(담보대출이 주택가격보다 더 많은 경우)과 깡통전세까지 이어지는 형국이다.
8월 21일 인천시 남동구 논현동에 살고 있는 김진만씨(가명)가 우울한 얼굴로 경매전문회사를 방문했다. 2011년 8월에 입주한 주거용 오피스텔이 경매에 넘어가면서 전세보증금 6500만원을 받지 못할 위기에 처했기 때문이다. 김씨가 살고 있는 주거용 오피스텔은 전용면적 49.94㎡(전체면적 108.94㎡)로 현 시세는 1억6000만~1억7000만원. 한때 2억1000만원까지 거래가 됐지만, 지금은 가격이 많이 내려간 상황이다. 등기부등본을 보면 2010년 8월 집주인이 이 오피스텔을 매입할 당시 은행에서 1억1000만원 정도의 대출을 받았다. 김씨의 전세보증금과 집주인의 채무액을 합하면 오피스텔의 시세보다 높다. 김씨는 ‘깡통전세’에 살았던 셈이다.
집주인은 대출이자를 갚지 못했고, 지난 2월 이 오피스텔은 경매에 부쳐졌다. 경매 감정가는 2억원이지만, 두 번의 유찰로 9800만원까지 떨어진 상태다. 만일 이 오피스텔이 1억원에 낙찰된다면 김씨는 전세보증금을 한푼도 챙길 수 없게 된다. 등기권리상 은행의 근저당이 1순위이기 때문이다. 오피스텔이 낙찰된 후 가장 먼저 은행이 대출액 배당금을 받게 되고, 그 다음 순위가 김씨의 전세보증금이다. 1억원에 낙찰이 된다면 김씨는 보증금을 한푼도 받을 수 없게 되는 것이다.
대출금·전세금 합계가 집값보다 많아
김씨를 상담했던 와우옥션 김기영 이사 는 “집주인이 이자를 내지 못해서 경매에 넘어간 것으로 안다. 이 오피스텔의 경우 낙찰가는 9800만원까지 떨어졌지만, 1억3000만~ 1억4000만원에 낙찰될 것으로 예상되는데 이 경우 김씨는 4000만원 정도의 보증금을 떼이게 되는 것”이라며 “김씨에게 직접 경매에 참여해서 낙찰을 받으라고 권유했다. 보증금을 떼이는 것보다 낙찰을 받아서 시세대로 파는 것이 이익이기 때문이다. 가만히 있으면 전세보증금만 날리게 된다”고 설명했다.
집값 하락과 전세금의 상승이 맞물려 ‘깡통전세’의 위험성을 경고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집주인이 대출이자를 갚지 못해 집이 경매물건으로 나오는 경우가 늘어나면서 전세보증금을 날리는 세입자가 생겨나기 때문이다. 대출이 끼어 있는 주택의 경우 은행의 근저당권이 1순위고, 세입자의 근저당권은 2순위가 되는 것이 보통이다. 집값이 떨어지지 않았을 때는 집이 경매에 나와도 2순위 세입자까지 보증금을 받을 확률이 높았다. 하지만 집값이 떨어졌고, 경매 낙찰가율도 하락한 상황에서 2순위 세입자들은 보증금을 날릴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집주인이 대출금이 있지만, 설마 보증금을 못받을까’라는 생각에 혹은 ‘전세금이 다른 곳보다 싸기 때문에’ 전세 계약을 했던 세입자들은 전세보증금을 받지 못할 수 있다는 생각에 좌불안석이 될 수밖에 없다.
인터넷 카페에서도 이런 상황을 걱정하는 글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네이버의 ‘성산시영아파트 사랑방 카페’ 한 회원은(ID lost***) “5월에 1억7000만원에 전세 재계약을 했는데, 등기부등본을 살펴보니 집주인이 2억1000만원의 대출을 받아놓은 것을 알았다. 현 시세로 따지면 2000만원 정도가 마이너스인 상태”라며 “만에 하나 뭔가 대비를 해둬야 하는 건가”라는 글을 올렸다. 이 글에 대해 자신도 비슷한 상황이라는 답변의 글이 많이 달렸다.
근저당권 후순위 세입자 전세금 위험
경매시장을 살펴보면 부동산시장이 얼어붙었다는 것을 금방 알 수 있다. 경매전문업체인 디지털태인의 자료에 따르면 2011년 1월부터 7월까지 서울 강남3구의 아파트 경매 낙찰가율은 83.11%였지만, 2012년 같은 기간의 경우 77.50%로 떨어졌다. 10억원 이상 아파트의 경우 2011년 1월부터 7월까지의 낙찰가율은 감정가의 80.46%였지만, 2012년 같은 기간에는 74.66%로 급락했다. 경매시장에서도 부동산에 대한 관심이 그만큼 낮아진 것이다. 디지털태인 정태홍 홍보팀장은 “낙찰가율이 내려간 것은 경매 감정가에 비해 낮게 거래가 되는 것이다. 부동산이 매력을 잃었다는 신호”라고 설명했다.
깡통전세가 늘어나느냐 마느냐는 집값 하락세가 언제까지 지속되느냐에 달려 있다. 현재 깡통전세는 서울보다 수도권 대형 평수 위주 지역에서 많이 일어나고 있다고 분석된다. 가격은 계속 떨어지고 대출금 이자부담 때문에 집을 내놓아도 대형 평수 아파트를 매입할 사람이 없는 것. 대형 평수 아파트 거래가 거의 끊어지면서 대출금을 갚지 못해 집이 경매로 나오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대형 평수 아파트가 많이 들어선 경기도 용인, 파주, 일산, 진접 지역이 대표적이다.
경기도 용인시 수지구 성복동을 보면 깡통전세의 위험성이 커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성복동은 주거환경이 좋기로 소문난 곳이다. 용인~서울고속도로 개통으로 강남까지 이동하기가 편하고, 이곳 저곳에 들어선 아파트단지 인근에 광교산이 있다. 도로 옆에는 광교산에서 내려온 물이 흐르는 성복천이 있는데, 산책로도 잘 마련되어 있어 주민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서울 강남과 거리가 가깝기 때문에 서울지역 사람들도 많이 이주해왔다.
최근 이곳에 지어진 대다수의 아파트가 165㎡(50평형) 이상이다. 몇 년 전 분양을 할 당시에는 8억5000만원(52평형)까지 거래됐던 아파트의 현재 시세는 4억~5억원이다. 최고가였을 때보다 40% 이상 가격이 하락한 것. 50평형대 아파트의 전세는 2억4000만~2억5000만원 사이에 형성되어 있다. 최고가였을 때 최대 60%의 대출을 받아서 아파트를 사고 전세를 내놓은 상황이라면 깡통전세가 된 것이다. 이곳은 거래 자체도 거의 끊긴 상황이다. 재계약을 앞둔 세입자들은 다른 곳으로 나가려고 하지만, 비싼 전세금을 주고 입주할 세입자가 없는 상황이다.
높은 대출이자 때문에 집을 내놓아도 사려는 사람이 없고, 재계약을 앞두고 이곳에서 나가고 싶은 세입자도 들어오려는 세입자가 없어 나가지 못하는 상황이다. 한마디로 계약 자체가 전혀 이뤄지지 않고 꽉 막혀 있다. 이런 상황에서 세입자는 집주인이 대출금 이자를 제때 내줘 아파트가 경매에 넘어가지 않기를 바라는 수밖에 없다.
8월 21일 통계청의 인구이동 통계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1~6월) 이사 인구가 391만6381명으로 지난해 상반기보다 7.3%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1979년(387만9763명) 이후로 가장 적은 수치로, 주택시장이 얼마나 얼어붙었는지 보여준다.
세입자들을 보호하는 대표적인 정책인 ‘주택임대차보호법’도 전세가가 상승한 상황에서는 유명무실하다. 2010년 7월 26일 시행된 주택임대차보호법 시행령은 소액보증금의 임차인이 부동산 경매, 공매 시 보증금 중 일정액을 선순위로 변제받을 수 있는 권리를 보장하고 있다. 개정된 시행령에 따르면 서울의 경우 7500만원 보증금 이내의 전세가구에 대해 2500만원까지 최우선 변제를 받을 수 있다. 수도권의 경우 6500만원 보증금 이내의 전세가구에 대해 2200만원까지 최우선 변제를 받게 된다. 부동산써브 부동산연구실 자료에 따르면 2012년 8월 둘째주까지 수도권에 있는 아파트는 총 330만 가구인데, 이 중 1억원 이하의 전세가구(아파트 기준)는 53만7901 가구에 불과하다. 주택임대차보호법으로 보호를 받을 수 있는 전세가구는 극히 일부분에 불과하다.
부동산써브 부동산연구실 함영진 실장은 “주택임대차보호법은 적은 보증금을 내고 사는 임차인의 주거불안을 해소하려는 특별법이다. 세입자를 보호하기 위해 보증금 규모와 최우선 변제금액을 높이는 것은 법률상으로도 문제가 생길 소지가 있다. 깡통전세가 늘어나는 상황에서 세입자의 주의가 더욱 필요한 때”라며 “전세 계약시 대출과 전세금액이 주택가의 60~70%를 넘지 않는지 살펴봐야 한다. 이런 경우 보증금을 돌려받는 데 큰 어려움이 생길 수 있다”고 설명했다.
집값 하락과 전세가 폭등의 여파가 세입자에게 큰 영향을 미치고 있지만, 정부의 세입자 보호정책은 후순위로 밀려 있다. 정부가 발표한 세입자 보호정책은 보금자리주택 공급 확대, 소형주택 공급 활성화, 전세자금 대출보증금 한도 상향, 전·월세 소득공제 대상 확대 등에 머물러 있다. 동덕여대 남기철 교수(사회복지학과)는 “기본적으로 정부의 정책은 집값 부양에 초점을 두고 있다. 세입자 보호는 구체적인 정책에서 후순위로 밀려 있다”면서 “오히려 자가 소유를 하도록 부추기기 때문에 세입자 보호가 어려운 구조”라고 지적했다.
대출 많이 받은 주택은 전세 피해야
깡통전세 해법은 쉽지 않다. 거품이 꺼지고 있는 주택가격의 상승을 무작정 기다리기도 어렵다. 세입자 스스로 조심해야 한다는 조언은 무의미하다. 전세 품귀현상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대출이 많은 집에 들어가야 했던 세입자들도 많기 때문이다. 주택 관련 시민사회단체는 꾸준하게 ‘공공임대’의 확대를 주장하고 있다. 현재 4.5%에 머물고 있는 공공임대 비율을 10% 이상으로 늘리면 전세가 상승은 어느 정도 안정될 것이라고 보고 있다. 이 또한 시간이 문제다. 현재 깡통전세에 대한 위험성을 경고하는 목소리가 곳곳에서 나오고 있는데, 공공임대주택 건설만 기다릴 수 없기 때문이다.
토지자유연구소 조성찬 전임연구위원은 “깡통전세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어렵다. 다만 주택이 경매에 넘어가기 전 단계에서 해결을 해야 한다”면서 “정부에서 담보권 신탁(담보대출을 못 갚아도 바로 경매에 넘기는 대신 주택 소유권은 그대로 인정해주면서 월세처럼 원리금을 갚게 하는 방안)이나 배드뱅크(부실 주택대출을 전문적으로 처리하는 은행) 등의 방안이 나오고 있다. 문제는 재원이 많이 필요하다는 것이지만, 깡통전세 문제가 더 심각해지기 전에 해결책을 내놓아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최영진 기자 cyj@kyunghyang.com>
아파트단지 뒤로 광교산이 있고, 광교산에서 내려온 물이 흐르는 성복천이 있어 주거환경이 좋기로 소문난 경기도 용인시 수지구 성복동. 대형 평수 위주의 아파트가 많아 40%까지 가격이 하락했다. | 최영진 기자
8월 21일 인천시 남동구 논현동에 살고 있는 김진만씨(가명)가 우울한 얼굴로 경매전문회사를 방문했다. 2011년 8월에 입주한 주거용 오피스텔이 경매에 넘어가면서 전세보증금 6500만원을 받지 못할 위기에 처했기 때문이다. 김씨가 살고 있는 주거용 오피스텔은 전용면적 49.94㎡(전체면적 108.94㎡)로 현 시세는 1억6000만~1억7000만원. 한때 2억1000만원까지 거래가 됐지만, 지금은 가격이 많이 내려간 상황이다. 등기부등본을 보면 2010년 8월 집주인이 이 오피스텔을 매입할 당시 은행에서 1억1000만원 정도의 대출을 받았다. 김씨의 전세보증금과 집주인의 채무액을 합하면 오피스텔의 시세보다 높다. 김씨는 ‘깡통전세’에 살았던 셈이다.
집주인은 대출이자를 갚지 못했고, 지난 2월 이 오피스텔은 경매에 부쳐졌다. 경매 감정가는 2억원이지만, 두 번의 유찰로 9800만원까지 떨어진 상태다. 만일 이 오피스텔이 1억원에 낙찰된다면 김씨는 전세보증금을 한푼도 챙길 수 없게 된다. 등기권리상 은행의 근저당이 1순위이기 때문이다. 오피스텔이 낙찰된 후 가장 먼저 은행이 대출액 배당금을 받게 되고, 그 다음 순위가 김씨의 전세보증금이다. 1억원에 낙찰이 된다면 김씨는 보증금을 한푼도 받을 수 없게 되는 것이다.
대출금·전세금 합계가 집값보다 많아
김씨를 상담했던 와우옥션 김기영 이사 는 “집주인이 이자를 내지 못해서 경매에 넘어간 것으로 안다. 이 오피스텔의 경우 낙찰가는 9800만원까지 떨어졌지만, 1억3000만~ 1억4000만원에 낙찰될 것으로 예상되는데 이 경우 김씨는 4000만원 정도의 보증금을 떼이게 되는 것”이라며 “김씨에게 직접 경매에 참여해서 낙찰을 받으라고 권유했다. 보증금을 떼이는 것보다 낙찰을 받아서 시세대로 파는 것이 이익이기 때문이다. 가만히 있으면 전세보증금만 날리게 된다”고 설명했다.
서울 서초동 행정법원 부동산경매 법정 모습. 집주인이 담보대출 이자를 갚지 못해 경매로 넘어간 부동산이 요즘 속출하고 있다. | 김창길 기자
집값 하락과 전세금의 상승이 맞물려 ‘깡통전세’의 위험성을 경고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집주인이 대출이자를 갚지 못해 집이 경매물건으로 나오는 경우가 늘어나면서 전세보증금을 날리는 세입자가 생겨나기 때문이다. 대출이 끼어 있는 주택의 경우 은행의 근저당권이 1순위고, 세입자의 근저당권은 2순위가 되는 것이 보통이다. 집값이 떨어지지 않았을 때는 집이 경매에 나와도 2순위 세입자까지 보증금을 받을 확률이 높았다. 하지만 집값이 떨어졌고, 경매 낙찰가율도 하락한 상황에서 2순위 세입자들은 보증금을 날릴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집주인이 대출금이 있지만, 설마 보증금을 못받을까’라는 생각에 혹은 ‘전세금이 다른 곳보다 싸기 때문에’ 전세 계약을 했던 세입자들은 전세보증금을 받지 못할 수 있다는 생각에 좌불안석이 될 수밖에 없다.
인터넷 카페에서도 이런 상황을 걱정하는 글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네이버의 ‘성산시영아파트 사랑방 카페’ 한 회원은(ID lost***) “5월에 1억7000만원에 전세 재계약을 했는데, 등기부등본을 살펴보니 집주인이 2억1000만원의 대출을 받아놓은 것을 알았다. 현 시세로 따지면 2000만원 정도가 마이너스인 상태”라며 “만에 하나 뭔가 대비를 해둬야 하는 건가”라는 글을 올렸다. 이 글에 대해 자신도 비슷한 상황이라는 답변의 글이 많이 달렸다.
근저당권 후순위 세입자 전세금 위험
경매시장을 살펴보면 부동산시장이 얼어붙었다는 것을 금방 알 수 있다. 경매전문업체인 디지털태인의 자료에 따르면 2011년 1월부터 7월까지 서울 강남3구의 아파트 경매 낙찰가율은 83.11%였지만, 2012년 같은 기간의 경우 77.50%로 떨어졌다. 10억원 이상 아파트의 경우 2011년 1월부터 7월까지의 낙찰가율은 감정가의 80.46%였지만, 2012년 같은 기간에는 74.66%로 급락했다. 경매시장에서도 부동산에 대한 관심이 그만큼 낮아진 것이다. 디지털태인 정태홍 홍보팀장은 “낙찰가율이 내려간 것은 경매 감정가에 비해 낮게 거래가 되는 것이다. 부동산이 매력을 잃었다는 신호”라고 설명했다.
깡통전세가 늘어나느냐 마느냐는 집값 하락세가 언제까지 지속되느냐에 달려 있다. 현재 깡통전세는 서울보다 수도권 대형 평수 위주 지역에서 많이 일어나고 있다고 분석된다. 가격은 계속 떨어지고 대출금 이자부담 때문에 집을 내놓아도 대형 평수 아파트를 매입할 사람이 없는 것. 대형 평수 아파트 거래가 거의 끊어지면서 대출금을 갚지 못해 집이 경매로 나오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대형 평수 아파트가 많이 들어선 경기도 용인, 파주, 일산, 진접 지역이 대표적이다.
경기도 용인시 수지구 성복동을 보면 깡통전세의 위험성이 커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성복동은 주거환경이 좋기로 소문난 곳이다. 용인~서울고속도로 개통으로 강남까지 이동하기가 편하고, 이곳 저곳에 들어선 아파트단지 인근에 광교산이 있다. 도로 옆에는 광교산에서 내려온 물이 흐르는 성복천이 있는데, 산책로도 잘 마련되어 있어 주민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서울 강남과 거리가 가깝기 때문에 서울지역 사람들도 많이 이주해왔다.
최근 이곳에 지어진 대다수의 아파트가 165㎡(50평형) 이상이다. 몇 년 전 분양을 할 당시에는 8억5000만원(52평형)까지 거래됐던 아파트의 현재 시세는 4억~5억원이다. 최고가였을 때보다 40% 이상 가격이 하락한 것. 50평형대 아파트의 전세는 2억4000만~2억5000만원 사이에 형성되어 있다. 최고가였을 때 최대 60%의 대출을 받아서 아파트를 사고 전세를 내놓은 상황이라면 깡통전세가 된 것이다. 이곳은 거래 자체도 거의 끊긴 상황이다. 재계약을 앞둔 세입자들은 다른 곳으로 나가려고 하지만, 비싼 전세금을 주고 입주할 세입자가 없는 상황이다.
성복동 성동마을에서 공인중개사 사무소를 운영하고 있는 엄상문 대표는 “그나마 잘사는 동네라고 알려진 곳인데도 집주인이나 세입자들이 많이 힘들어 한다. 특히 세입자들은 죽을 지경일 것”이라며 “집주인이 적정가격으로 전세를 내놓아야 순환이 되는데, 집주인도 돈이 없어서 전세가격을 내리지 않는 경우가 많다. 전세나 매매 자체가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다. 이달에도 전세계약 1건만 했다”고 하소연했다.
높은 대출이자 때문에 집을 내놓아도 사려는 사람이 없고, 재계약을 앞두고 이곳에서 나가고 싶은 세입자도 들어오려는 세입자가 없어 나가지 못하는 상황이다. 한마디로 계약 자체가 전혀 이뤄지지 않고 꽉 막혀 있다. 이런 상황에서 세입자는 집주인이 대출금 이자를 제때 내줘 아파트가 경매에 넘어가지 않기를 바라는 수밖에 없다.
8월 21일 통계청의 인구이동 통계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1~6월) 이사 인구가 391만6381명으로 지난해 상반기보다 7.3%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1979년(387만9763명) 이후로 가장 적은 수치로, 주택시장이 얼마나 얼어붙었는지 보여준다.
세입자들을 보호하는 대표적인 정책인 ‘주택임대차보호법’도 전세가가 상승한 상황에서는 유명무실하다. 2010년 7월 26일 시행된 주택임대차보호법 시행령은 소액보증금의 임차인이 부동산 경매, 공매 시 보증금 중 일정액을 선순위로 변제받을 수 있는 권리를 보장하고 있다. 개정된 시행령에 따르면 서울의 경우 7500만원 보증금 이내의 전세가구에 대해 2500만원까지 최우선 변제를 받을 수 있다. 수도권의 경우 6500만원 보증금 이내의 전세가구에 대해 2200만원까지 최우선 변제를 받게 된다. 부동산써브 부동산연구실 자료에 따르면 2012년 8월 둘째주까지 수도권에 있는 아파트는 총 330만 가구인데, 이 중 1억원 이하의 전세가구(아파트 기준)는 53만7901 가구에 불과하다. 주택임대차보호법으로 보호를 받을 수 있는 전세가구는 극히 일부분에 불과하다.
경기도 용인시 수지구 성복동 아파트단지 입구 곳곳에 경매로 나온 물건이 있음을 알리는 전단지가 붙어 있다. | 최영진 기자
집값 하락과 전세가 폭등의 여파가 세입자에게 큰 영향을 미치고 있지만, 정부의 세입자 보호정책은 후순위로 밀려 있다. 정부가 발표한 세입자 보호정책은 보금자리주택 공급 확대, 소형주택 공급 활성화, 전세자금 대출보증금 한도 상향, 전·월세 소득공제 대상 확대 등에 머물러 있다. 동덕여대 남기철 교수(사회복지학과)는 “기본적으로 정부의 정책은 집값 부양에 초점을 두고 있다. 세입자 보호는 구체적인 정책에서 후순위로 밀려 있다”면서 “오히려 자가 소유를 하도록 부추기기 때문에 세입자 보호가 어려운 구조”라고 지적했다.
대출 많이 받은 주택은 전세 피해야
깡통전세 해법은 쉽지 않다. 거품이 꺼지고 있는 주택가격의 상승을 무작정 기다리기도 어렵다. 세입자 스스로 조심해야 한다는 조언은 무의미하다. 전세 품귀현상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대출이 많은 집에 들어가야 했던 세입자들도 많기 때문이다. 주택 관련 시민사회단체는 꾸준하게 ‘공공임대’의 확대를 주장하고 있다. 현재 4.5%에 머물고 있는 공공임대 비율을 10% 이상으로 늘리면 전세가 상승은 어느 정도 안정될 것이라고 보고 있다. 이 또한 시간이 문제다. 현재 깡통전세에 대한 위험성을 경고하는 목소리가 곳곳에서 나오고 있는데, 공공임대주택 건설만 기다릴 수 없기 때문이다.
토지자유연구소 조성찬 전임연구위원은 “깡통전세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어렵다. 다만 주택이 경매에 넘어가기 전 단계에서 해결을 해야 한다”면서 “정부에서 담보권 신탁(담보대출을 못 갚아도 바로 경매에 넘기는 대신 주택 소유권은 그대로 인정해주면서 월세처럼 원리금을 갚게 하는 방안)이나 배드뱅크(부실 주택대출을 전문적으로 처리하는 은행) 등의 방안이 나오고 있다. 문제는 재원이 많이 필요하다는 것이지만, 깡통전세 문제가 더 심각해지기 전에 해결책을 내놓아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최영진 기자 cyj@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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