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노믹스에 달아오르는 日 부동산..1억엔짜리 아파트 없어서 못 판다

야마모토 아쓰코 씨(39)는 뉴스에 아베 신조 총리가 등장할 때마다 화가 치민다. 야마모토 씨는 지난해 도쿄 중심지인 메구로와 시부야 근처의 신축 아파트를 사려고 했지만 시기를 저울질하다 아직도 사지 못했다. 그런데 아베 총리가 취임 이후 경기 부양책인 '아베노믹스'를 들고나오면서 최근 부동산 가격에 불이 붙었고, 지난해 6500만엔(약 7억7037만원)이었던 이 아파트를 올해는 그 돈에 살 수 없게 됐기 때문이다. 

↑ 일본 저금리 기조에 부동산 매입 열기가 뜨거워지고 있다. 사진은 도쿄 사이타마현 가스카베시 주택가 전경. <매경DB>

야마모토 씨는 "금리까지 슬금슬금 오르기 시작하고 있어 지금이라도 사지 않으면 다시는 기회가 오지 않는 게 아닐까 하는 불안감도 든다"고 말했다. 

일본 경제주간지 닛케이비즈니스는 아베노믹스의 대대적인 금융완화 정책을 통해 개인들의 부동산 매입 열기가 뜨거워지고 있다고 최신호(6월 10일자)에서 보도했다. 

일본 부동산경제연구소 조사에 따르면 올 4월 수도권에서 당일에 즉시 판매 완료된 아파트는 551가구에 달한다. 1가구 당 평균 가격은 4728만엔으로 전년 동월보다 314만엔이나 상승했다. ㎡당 단가도 66만1000엔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만1000엔 올랐다. 양쪽 모두 5%가 넘는 높은 인상률을 보인 것이다. 

중산층이 부동산 매입 시기를 두고 고민하는 사이에 부유층은 잽싸게 치고 나섰다. 도쿄 이이다바시역 근처에서 한창 건설 중인 고층 아파트 '파크 코트 치요다 후지미 더 타워'는 평균 판매가격이 1억엔에 육박하지만 없어서 못 팔 정도다. 이 아파트 중에서도 면적이 181㎡에 이르는 최고가 물건은 가격이 4억4980만엔에 달한다. 입주는 내년 7월 1일로 아직도 1년이나 남았지만 입주를 원하는 사람들이 줄을 서 있다. 경우에 따라서는 추첨 경쟁률이 27 대 1까지 올랐다. 

181㎡ 4억4980만엔짜리 27:1 연봉 1500만엔 슈퍼 샐러리맨 줄 서 

아파트 사업 시행사인 미쓰이부동산 관계자는 "지난해 가을 1차 분양 시기에는 민주당 정권이었고, 2차 분양은 아베 정권으로 바뀐 올 2~3월에 이뤄졌다"며 "보통 시기가 뒤로 갈수록 모델하우스를 찾는 사람이 줄어드는데 이 아파트는 2차 분양 때 더 많은 사람들이 찾았다"고 설명했다. 

아파트 구매자의 면면은 화려하다. 4명 중 1명은 의사다. 이 밖에 CEO, 변호사, 연봉 1500만엔을 받는 슈퍼 샐러리맨까지 고소득자의 행렬이 이어진다. 구매자의 약 40%가 현금으로 한 번에 대금을 치렀을 정도다. 이 회사 관계자는 "주가가 상승하면서 금융자산을 많이 보유한 부유층이 다양한 포트폴리오 구성을 위해 부동산 취득에 나섰다"고 분석했다. 

연 수입이 400만~500만엔 정도인 서민들 사이에서도 부동산 매입 열기가 감지된다. 도쿄의 베드타운인 사이타마현 가스카베시의 경우 역에서 15분 거리 안에 주택가들이 즐비하게 늘어서 있다. 부동산 거품이 한창이었던 시기에 대규모로 조성·분양된 곳이다. 당시 부동산 가격 상승으로 도심에 집을 마련하지 못한 사람들이 한꺼번에 이곳으로 유입됐지만 2000년 이후 인구 감소와 고령화로 주택들이 낡고 분위기도 침체됐다. 

그러나 아베노믹스 이후 이곳에도 활기가 찾아들기 시작했다. 역 근처 한 부동산 관계자는 "중장년층이 주택을 구매하면서 유례없이 거래가 활기를 띠고 있다"고 말했다. 다른 부동산 관계자도 "2000만엔대 주택을 중심으로 거래가 지난해 말보다 2배 이상 늘었다"며 "저금리 기조도 큰 영향을 끼친 것 같다"고 말했다. 

해외 투자자들도 일본 부동산 투자에 뛰어들고 있다. 도쿄 최고의 노른자위인 긴자에 위치한 백화점 마쓰자카야를 허물고 2018년 6월부터 입주를 시작하는 상업시설에 프랑스 최대 명품업체인 루이비통모엣헤네시(LVMH)가 70억엔을 투자했다. 골드만삭스자산운용은 도쿄가 아닌 규슈 후쿠오카에 있는 부동산에까지 눈독을 들이며 투자처 물색에 불을 켜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