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싸게 빌려주고 세금 깎아준다고 해서 내 집 장만했어요.”
서울 구로구 고척동 K아파트에 전세를 살던 동갑내기 부부 김용우·박정아(33)씨는 최근 바로 옆 W아파트로 이사를 했다. 4년 간의 신혼생활 동안 벌써 3번째 이사.
그러나 이번엔 감회가 남달랐다. 전세살이에서 벗어나 내 집으로 이사했기 때문이다. 김씨 부부는 4·1 부동산대책이 발표된 이후 양도세 면제와 6월 말 종료된 취득세 감면 혜택을 받아볼까 싶어 내 집 마련에 관심을 두기 시작했다.
중개업소를 돌며 발품을 팔던 와중에 생애최초 주택구입자에 해당돼 취득세까지 면제된다는 사실을 알았다. 김씨는 “취득세 1%는 내야 하는 걸로 알고 있었는데 이마저도 면제된다고 해 세금 절약을 할 수 있는 기회라는 생각이 들어 내 집 마련 결심을 굳혔다”고 말했다.
생애최초 주택구입자금 대출도 증가세
이들 부부는 6월 초 전세로 살고 있던 84㎡형(이하 전용면적) 아파트 전세금 1억7500만원에 6500만원을 더 보태서 급매로 나온 인근 아파트 71㎡형을 2억4000만원에 계약했다. 주변 시세보다 2000만원 이상 저렴해 나중에 집을 되팔 때 양도세 면제 혜택에 따른 차익도 기대할 수 있겠다는 생각에서다.
취득세는 240만원이 면제됐다. 낮아진 대출 금리도 이들이 내 집 마련을 결심하는 데 한몫 했다. 6500만원의 추가자금은 생애최초 주택구입자금 대출을 통해 충당했다. 금리가 연 3.1%로 종전보다 낮아져 이자 부담을 조금이라도 줄일 수 있었다.
부인 박씨는 “은행 이자로 월 50만원 정도가 나간다”며 “은행에 월세 내고 집을 산 셈이지만 이자와 세금 부담이 줄었고 전셋집 옮겨 다닐 걱정이 없어 좋다”고 말했다.
지난달에는 김씨 부부와 같은 사람들이 많았다. 집값은 떨어지고 전셋값이 오르면서 내 집 마련에 나선 경우가 많았다는 얘기다. 특히 생애 처음으로 주택 구입에 나서는 사람이 많다.
국토교통부 발표에 따르면 지난달 생애최초 주택구입자금 대출액은 6474억원으로 전월(2303억원) 대비 181% 증가했다. 이는 올해 5월까지 누적 대출금인 4876억원을 훨씬 웃도는 금액이다. 지난해 같은 달(3038억원)보다도 113% 많다.
4·1 대책이 시행된 영향으로 풀이된다. 생애최초 주택구입자는 양도세 한시 면제와 더불어 취득세까지 면제된다. 생애최초 주택구입자금 대출 조건도 지난달 12일부터 크게 완화됐다.
대출 대상은 부부합산 연소득 7000만원 이하로 확대됐고, 금리도 종전 연 3.5∼3.7%에서 소득·만기별로 연 2.6∼3.4%로 낮췄다. 이 영향으로 김씨 부부처럼 생애최초 주택구입자금을 대출해 주택 구입에 나선 실수요자가 많았다는 얘기다.
전문가들은 생애 최초 주택 구매자에 대한 혜택이 적지 않은 만큼 자금 준비가 된 상태라면 취득세 절감 기회를 활용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조언한다. 그러나 단기 시세차익을 노리거나 무리하게 대출을 받아 주택 매수에 나서는 것은 위험성이 크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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