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두 아들을 미국으로 유학을 보낸 김모씨(54)는 얼마 전 미국 보스턴의 주택을 20만달러에 구입했다. 재정위기 등으로 미국의 집값이 하락세를 보이고 있지만 임대료는 계속 올라 한 달에 렌트비 2000달러를 내는 것보다 두 아들이 대학을 졸업할 때까지 안정적으로 거주할 수 있는 집을 매입하는 편이 낫다고 생각해서다. 김씨는 2억원을 국내 은행에 예금해 매년 700만원 정도(연 4%) 이자를 받는 것보다 미국의 주택을 구입해 매년 렌트비 2000만원가량을 아끼면서 장기적으로는 시세차익을 노리는 것이 더 경제적이라고 판단했다.
#2. 서울 대치동에 사는 주부 이모씨(40)는 싱가포르의 주택을 구입하는 것을 놓고 고민하고 있다. 최근 서울 강남권 부자 사이에서는 싱가포르가 자녀에게 영어와 중국어를 동시에 가르칠 수 있는 조기유학 장소로 떠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싱가포르는 부동산을 비롯해 200만달러 이상 투자할 경우 영주권을 받아 공립학교에 취학할 수 있다는 것이 큰 메리트다. 싱가포르는 주택담보대출이 70%까지 가능하고 연 이율이 1%대로 저렴한 것도 장점이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주춤했던 국내 고액자산가들의 해외 부동산 투자가 최근 다시 큰 폭으로 늘고 있다.
국내 주택 및 증권시장 침체로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한 고액자산가들이 환율 하락과 재정위기 등으로 가격이 많이 빠진 해외 부동산에 올리고 있다.
■해외부동산 투자 큰 폭 증가
1일 부동산업계와 기획재정부 등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국내 거주자의 해외 부동산 취득은 6억800만달러로 지난해 상반기의 2억2300만달러보다 172.6% 증가했다. 취득건수도 1090건으로 227% 늘었다.
해외 부동산 취득은 2007년 7월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로 위축됐으나 올해 3월 1억1100만달러로 1억달러를 넘어섰고 4월에는 1억300만달러, 5월 1억2500만달러, 6월 1억1600만달러 등을 기록했다.
해외 부동산 취득이 활발했던 2007년 상반기 수준으로 회복한 셈이다.
투자주체별로 개인투자자가 전체의 92.6%를 차지했고 투자목적이 71.4%, 지역별로는 북미지역이 57.4%에 달한다.
■자녀유학 위한 거주목적 구입 대세
2007년 이전에는 해외 부동산 투자가 시세차익을 목적으로 하는 경우가 많았지만 최근에는 자녀 유학을 위한 거주목적 비중이 커지고 있다.
특히 북미지역 집값이 고점 대비 20∼30% 빠졌지만 렌트비는 상승하자 차라리 집을 사겠다고 나서는 사람이 늘고 있다.
재정부 통계에는 투자목적이 71.4%로 집계됐지만 이는 사실상 자녀 유학을 위한 거주목적을 포함한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우리은행 PB사업단의 박상욱 부동산컨설턴트는 "통계에 거주목적으로 잡히려면 미성년자가 부모와 함께 살아야 하는데 대학생의 경우 증여 문제로 본인 이름이 아닌 부모 명의로 신고되기 때문에 투자로 분류되는 게 일반적"이라고 설명했다.
해외 부동산 구입 지역 중 미국이 46.9%로 전체의 절반가량을 차지한다. 이는 자녀 유학으로 인한 구입 때문이다.
신한은행 이남수 부동산팀장은 "최근 북미지역은 자녀들이 유학가서 살 집을 찾는 실수요도 많아지고 있고, 현재 부동산 가격이 저점이라는 인식과 동남아보다는 비교적 정보가 많기 때문에 구입이 늘고 있다"고 분석했다.
■싱가포르 새 투자처로 급부상
올 상반기 북미에 이어 싱가포르(5.3%)와 말레이시아(14.8%) 지역에 대해서도 해외 부동산 투자가 늘었다. 이 역시 자녀교육의 영향이 크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싱가포르는 영어와 중국어를 다 배울 수 있는 이점에다 치안까지 좋기 때문에 자녀 조기교육을 원하는 학부모들에게 최근 매력적인 곳으로 떠오르고 있다. 더구나 싱가포르는 경제성장률이 높아 임대수요가 많고 시세차익까지 노릴 수 있다는 평가다.
우리은행 박 부동산컨설턴트는 "싱가포르는 집값의 70%까지 금융권에서 대출받을 수 있는 데다 모기지 금리가 연 1%대로 투자하기 좋은 조건"이라며 "특히 싱가포르는 각 국 주재원이 많기 때문에 임대수요가 풍부하다"고 말했다.
싱가포르에서 방 3개인 전용 84㎡ 주택은 렌트비가 싱가포르달러로 월 3500달러로 높아 장기적 관점에서 매입 후 임대하는 편이 훨씬 이익이 크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다만 리스크도 있다. 박 컨설턴트는 "싱가포르는 경제여건이 외부 환경에 민감하게 반응하기 때문에 이를 충분히 고려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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