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시장은 2012년을 반등의 계기로 삼을 지 모른다
주요 일간지를 비롯한 언론들은 2012년 부동산 시장을 놓고 경기침체와 선진국 재정위기로 인해 부동산 시장이 지난 2011년과 마찬가지로 침체할 것이라는 비관적인 전망을 하고 있다. 특히 수도권 부동산 시장에 대해 암울한 시각을 보이고 있다.
과연 지난해 부동산 경기가 이들 언론이 한결같이 지적할 만큼 침체했으며 수도권 부동산에는 냉기만 흘렀을까?
서울시가 제공하는 부동산 정보 광장에 따르면 지난해 서울시 아파트 거래건수는 5만8591건으로, 2010년 4만5457건에 비해 30% 가까이 늘었다. 단독주택이나 다가구 등의 거래도 폭증한 것을 감안하면 결코 적은 수치가 아니다. 서울시 아파트 입주 물량이 해마다 감소하는 것에 비춰 보아도 기존 아파트 거래량이 상당 폭 늘어 난 것을 알 수 있다.
<표1>2011년 서울 아파트 거래 현황(서울부동산정보광장)
<표2>2010년 서울 아파트 거래 현황(서울부동산정보광장)
지난 12월 서울시 아파트 거래량은 5430건으로 지난 3월 이후 최대 거래량을 기록했다.
유럽 재정위기가 불거진 지난 8월 이후 거래량도 월평균 4000건 이상으로 4000건을 겨우 웃돌거나 이에 못 미치던 지난 5~7월에 비해 꾸준히 증가했다.
이 같은 통계수치에 비춰보면 언론들은 거짓말을 해온 것이다. 주택거래 실종으로 시장이 붕괴직전이라는 당국의 발표도 엄살일지 모른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수도권 주택시장이 빈사상태에 빠진 시기는 2010년 봄부터 여름이다. 2010년 5월부터 9월까지 월 거래량은 다섯 달 연속 2000여건에 불과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2010년 가을 전세난이 심화되자 수도권 외곽 저가주택과 서울 도심 역세권 소형부터 매기가 일어 서울 및 수도권 전반으로 퍼졌다.
2010년 가을부터 2011년 봄까지 활발했던 거래는 저가 매물이 소진되고 가격이 상승으로 틀자 다시 관망세로 돌아섰다. 관망으로 돌아섰던 이들은 2011년 하계 비수기가 지나면서 재차 가격 조정이 이뤄지자 2011년 가을부터 매수에 가담하고 있다.
현재 서울 및 수도권 부동산 시장의 특징은 사용가치와 미래 가치, 가격 등을 꼼꼼히 살펴본 뒤 투자하는 실수요자 시장이며 아파트에 관해서만큼은 자산 가치뿐 아니라 수익률도 함께 따지는 금융상품화 하고 있다는 점이다.
초고가 아파트와 재건축 위주로 하늘 모르게 치솟던 고가 아파트 시장이 외면을 받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부동산 폭등기 당시 투자 제 1순위였던 강남 서초 송파 강남권 3개구와 양천구 거래량은 2010년 12월 최대 거래량을 찍은 뒤 1년이 지난 현재까지도 2010년12월 대비, 절반을 겨우 웃돌거나 이에 못 미치고 있다.
이들 4개구를 제외한 서울 나머지 지역은 2011년 2,3월에 최대 거래량을 기록한 뒤에도 봄 여름 비수기에 거래량이 크게 줄어든 것을 빼고는 지난해 내내 최대거래량의 70~80%를 유지했다. 특히 일부 지역은 지난달 거래량이 최대 거래량에 근접했거나 웃돌고 있다.
거래량 추이로 미뤄 실수요자들은 매매가 대비 전세가 비율이 높으면서 자산가치가 어느 정도 유지될 것으로 보이는 지역의 경우 목표 가격에 오면 어김없이 저가 매수에 나서고 있다고 볼 수 있다.
가격 측면에서 수도권 아파트 가격이 2006~2007년 이후 지난해까지 내리막길이었다는 점에서 수요자들은 나름의 바닥가격을 책정하고 매매에 나섰다고 봐야 할 것이다.한편으로는 빚 무서운 줄 알게 되면서 분에 넘치는 매입을 자제하고 있다고 해석할 수도 있다.
그렇다면 올해 수도권 아파트 가격의 반등이 가능할까?
많은 사람들이 주택의 공급과 수요, 인구 증감 등을 가격 결정 요인으로 꼽지만 실제로 가장 큰 요인은 주머니 사정, 즉 경기상황이라고 할 수 있다.
최근 부동산 시장에 대해 전문가들이 암울한 전망을 하는 것도 경기침체에 대한 우려와 유럽 재정위기 때문이다.
누구든 한치 앞 미래를 내다볼 수는 없기 때문이다.
현재의 상황이 과거 어느 시점과 가장 비슷한 지 살피고, 이를 발판으로 나름대로 미래에 대해 추론하고 대응할 필요는 있을 것이다.
많은 경제학자들은 현재 같은 위기 시절은 없다고 한다. 당연하다. 역사는 동일한 방향으로 동일한 값으로 진행하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현재와 가장 비슷한 시기를 꼽자면 1970년대라고 볼 수 있다.
미국의 시대가 이울고 달러의 금 태환이 폐지되면서 오일쇼크가 1,2차로 나눠 진행된 1971년부터 1980년대 초의 10년간이 현재와 가장 비슷한 시기라고 할 수 있다. 1970년대의 엄혹한 스태그플레이션 시대를 지난 뒤 신자유주의가 출현했다. 그리고 30년이 흘렀다. 이번 금융위기가 끝난 뒤 신자유주의가 종언을 고하든 다른 형태로 변환될 가능성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달러 금 태환 폐지에 이어 제1차 오일쇼크가 닥친 1970년대 초 미국의 실질 국민총생산은 감소했다. 이후 미약하게나마 늘어나다가 그로부터 3~4년 후인 1974~1975년 또 한 번 침체기를 맞는다. 이 침체기에도 경기부양 조치에 힘입어 국민총생산은 다소 증가했지만 미국 주식시장은 중기 저점을 형성했고 주택가격도 바닥에 근접했다.
이후 경기는 완만하게 회복하다가 1980년대 초 다시 한 번 바닥을 향한다. 주택가격도 1976년부터 3년간 상당한 반등을 이룬 뒤 1980년대 초 다시 한 번 침체에 빠진다. 1980년대 초의 하락은 잠시였으며 지수 자체도 1970년대의 바닥지수보다 높다.
지난 반세기간 미국 주택가격이 3번의 대세상승기가 있었다.1970년대 말의 3년, 1980년대 중반과 말의 5년, 그리고 1996년부터 2005~2006년에 이르는 10년이 그 것이다.
물론 지난 세 번의 상승기중 밀레니엄을 전후한 10년간의 상승은 신자유주의의 극성과 베이비부머들의 자산 쌓기 열풍과 무관치 않다. 그러나 앞서 두 번의 상승은 경기상황과 밀접하게 관련하다는 사실을 부인할 수 없다.
미국 주택 가격의 상승에 여러 요인이 있겠지만 1970년대 중반 이후의 상승은 경기 회복 기조 때문이며 1980년대 중반 이후 상승은 신자유주의의 발흥으로 인한 세계경기 호조진입과 무관치 않다는 게 중론이다.
최근 한국도 세계경기 냉각과 가계부채 문제 등으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현 정부 출범 초기 당국에서는 유동성 확대에 치중하다가 가계부채 문제가 떠오르자 최근 대출을 조이고 있다.
과연 가계부채는 개인만의 탓일까?
지난해 말 소상공인을 포함한 가계부채는 이미 1000조원을 넘겼다고 언론이 보도하고 있다. 지난해에만 60조원이 넘게 증가했다고 한다.
대한민국이 국제통화기금(IMF) 관리체제에 편입되기 전만 해도 주택담보대출을 비롯한 가계대출이 이처럼 쉽지 않았다. IMF 위기 이전 당시 국가자본주의 전략을 취했던 한국은 기업들에 대출을 해주는 한편, 주택담보대출 등에는 엄격한 제한을 가했다. 한국 경제를 무장해제하고 진출한 외국의 금융자본이 돈을 벌기위해 가계대출이라는 융단폭격을 감행하고 있는 셈이다.
언론보도에 따르면 지난해 금융권의 가계대출 이자수입만 50조원을 넘길 것이라고 한다. 예금 금리는 턱없이 낮고 대출 금리는 예금금리에 비해 이토록 높은 나라에서 어떤 금융기관이 손쉬운 예대마진을 포기할 수 있겠는가?
이처럼 가계부채 증가에는 개인뿐 아니라 정부 당국과 금융권의 책임도 크다.
최근 가계부채의 뚜렷한 특징은 개인 신용대출의 증가와 지방 부동산 담보대출 증가로 요약할 수 있다.
부동산 투자를 위해 앞 다퉈 차입하던 5~6년 전과 달리, 상당수 대출자가 생활고에 내몰려 대출받아 생활하고 있으며, 최근 2~3년간의 지방 부동산 열풍에 힘입어 지방 주민 상당수가 주택담보대출을 받고 있다고 해석할 수 있다.
올해 주택담보대출이 가장 크게 는 곳은 부산을 비롯한 경상남도 권역이며 2010년 1월1일 대비 가계부채가 가장 크게 증가한 지역은 25% 가까이 늘어난 전라북도이다.
주택담보대출 증가율이 가장 떨어진 곳은 수도권 중에서 서울이다. 이는 그동안 빚 무서운 줄 모르고 겁 없이 투자했던 사람들이 손절하고 있거나 빚을 줄이고 있다고 볼 수 있으며, 신규 매수자들은 과거에 비해 빚을 적게 사용하고 있다고 풀이할 수 있다.
수도권 중에서 서울이 그나마 선방한 이유는 수요자들이 이 지역의 자산가치를 어느 정도 인정한 셈이며, 지난 2002~2006년의 상승기에서 일부 지역을 제외하고는 서울이 여타 수도권에 비해 거품이 적게 형성된 것으로 볼필요가 있다. 최근 서울 주택가격 하락이 가파르다는 것은 고가 아파트와 재건축 때문임을 알아야 한다.
일부에서는 강남 3개구에 대해 투기과열지구가 해제되자 투기지역도 해제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투기과열지구 해제는 자유로운 분양권 거래를 통한 부동산 경착륙을 막자는 뜻으로 해석할 필요가 있다. 투기지역을 해제할 가능성은 현재로서는 별로 없어 보이지만 해제하더라도 과거 같은 상승은 어렵다는 게 일반적 시각이다.
부동산 투자가 다변화 된데다 아파트에 관해서만은 자산 가치 외에 수익률 담보라는 금융상품화가 이미 상당 부분 진전됐기 때문이다.
2012년에도 지방은 여전히 강세일 것이라고 언론에서 보고 있지만 크게 오르기 어려울 수있다. 지방 대도시는 절대 저가에 따른 인플레 상쇄라는 측면 외에, 공급부족으로 인한 신규 분양 열풍, 그리고 신규 분양주택과 기존주택 가격과의 간극 메우기라는 측면에서 해석이 가능하다.
새해에는 지방 대도시보다는 중소도시에 절대 저가를 노린 전문 투자자들의 발걸음이 이어질 가능성이 크나, 이도 내 집 마련을 희망하는 보통 사람에게는 해당사항이 아니다. 지방 중소도시도 최근 2~3년간 주택 매매가나 전세금이 만만치 않게 올랐다.
미국의 주택가격 차트를 보고 내 집 마련에 나서는 사람들은 간과하지 말아야 할 것이 있다.
미국과 한국은 다른 나라다. 인구구조나 경제규모,전체 산업에서의 건설업 비중 등이 다르다. 미국의 밀레니엄 상승은 주식이든 부동산이든 비정상적인 형태였다. 앞으로 2~3년후 주택가격이 상승한다 해도 과거같은 무차별 폭등은 힘들다는 사실은 알아야 한다.
2012년이 반등을 가름하는 해가 될 가능성은 커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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