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 공약과 부동산 시장
경제가 침체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고, 부동산 시장도 살아나지 않고 있다. ‘747 공약(7% 경제성장, 국민소득 4만달러 진입, 세계7위 경제대국)은 실패로 끝났다. 한나라당에서도 ‘MB노믹스’의 실패를 인정하면서, 이제는 오히려 ‘MB노믹스’를 폐기하면서 거리두기에 나서고 있다.
그러나 여당 뿐만 아니라 야당도 경제를 살릴만한 묘약은 없어 보인다. 이러한 정책 부재 상황에서 눈앞에 닥친 4.11 총선을 앞두고 여야 모두 임시처방전을 들고 나오고 있다. 그런데 이념적 성향의 차이에도 불구하고, 여야의 임시처방전의 성분이 비슷한 것 같다. 임시처방전의 핵심은 서민을 위한 정책이고, 주성분은 부동산과 복지관련 정책이다.
그런데 경제와 부동산 시장은 분리될 수 없다. 경제가 살아야 부동산 시장도 살아난다. 원론적으로도 모집합인 경제를 살림으로써, 경제의 부분집합인 부동산 시장을 살려야 한다. 부분집합인 부동산 시장을 인위적으로 부양시켜서 모집합인 경제를 부양시키려는 것보다는, 전자가 원론적일 뿐 만 아니라 그 효과도 크다.
그런점에서 볼때, 여야의 부동산 관련 정책은 부분집합인 부동산 시장에 집중되는 반면, 부동산 시장의 인위적 부양에도 미치지 못하는 인위적 개입 수준에 머물고 있다. 이러한 부동산 관련 정책들은 부동산 시장을 부양시키지 못할 뿐만 아니라, 오히려 부동산 시장을 교란시키고 국민들에게 잘못된 선택을 하게 할 위험도 있다. 더구나 별다른 흥행카드가 없는 여야 모두 총선을 의식한 선심성 공약을 남발할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국민들은 여야의 이러한 부동산 관련 정책을 냉정하게 분석하여 취사선택할 필요가 있다.
1. 경제가 먼저 살아나야 부동산 시장이 살아난다.
4월 총선을 앞두고 여야가 모두 나서서 ‘대기업 때리기’에 열중하고 있다. 급기야 통합민주당에서는 ‘재벌세 신설안’까지 나오자, 김진표 원내대표와 이용섭 정책위의장이 급히 진화에 나섰다. 심지어 보수를 표방하는 한나라당도 참여정부 때보다 더 좌로 이동한 정책을 내놓고 있다.
물론 대기업의 문어발식 확장과 경제력 집중은 당연히 지양되어야 한다. 대기업 창업주의 후손들이 자금력을 바탕으로 소상공인의 영역으로 진출하는 것은 비판받아야 하고 견제되어야 한다. 이는 기업가적 정신에도 어긋날 뿐만 아니라, 소상공인들이 피땀흘려 개척해 놓은 영역에 무임승차하면서 그들의 생존권까지 위협하는 부끄러운 행동이다. 창업주로부터 재산은 물려받았지만, 기업가적 능력은 물려받지 못한 후손들의 한심한 행태이다. 이러니 한국에서 재벌이 부러움의 대상은 될지언정 존경의 대상은 아닌 것이다. 얼마전 타계한 애플의 창업자 스티브 잡스가 왜 전세계인의 존경을 받는지를 보면 알 수 있다.
하지만, ‘대기업 때리기’가 득표를 위한 포퓰리즘으로 이용되는 것도 문제이다. 정치권은 평소에는 이러한 문제를 인식하지 못하다가, 선거때만 되면 문제를 인식하는 모양이다. 정치권이 서민들의 고통에 공감하는 주기(cycle)는 꼭 선거와 겹친다. 그러나 이처럼 선거때만 나타나는 표를 의식한 서민살리기는 선거만 지나가면 다 사라진다. 서민경제를 살리지도 못하고, 오히려 시장에 혼란을 가져오고 경제를 위축시킬 위험도 있다.
사실 정치권이 선거때처럼 서민을 생각하면 서민들이 힘들 이유가 없다. 선거때에는 서민을 대변하겠다고 목소리를 높이다가도 선거가 끝나면 지체높은 의원님으로 돌아가, 국민의 여론에는 귀를 기울이지 않았다. 그러다가 선거가 다가오면 다시 몸을 낮추고 초심(?)으로 돌아간다. 당나라 고사(故事)에 “백성은 바다요. 권세는 그 위에 뜬 일엽편주다”라고 했다. 근래의 각종 선거는 여야의 한쪽에 실망한 국민들이 불만을 표출하기 위하여 다른 한쪽을 지지한 반사이익의 결과이지, 결코 다른 한쪽이 더 나아서 지지한 것은 아니었다.
부당한 ‘대기업의 경제력 집중’은 당연히 견제받고 시정되어야만 한다. 그러나 단지 득표를 위한 ‘대기업 때리기’는 오히려 경제회복에 방해가 될 수 있다. 역설적으로 단기적인 국민의 인기에 연연하지 않는 장기적이고 원칙적인 경제운영이 경제를 살리고, 부수적으로 부동산 시장도 살릴수 있다. 나아가 국민의 지지를 획득할 수 있다.
영국의 저널리스트 제임스 하킨(James Harkin)은 그의 저서 『니치(Niche)』에서 “수십 년간 지지층보다는 부동층을 쓸어 담기 위해 최대한 두루뭉실하게 중간으로 수렴했던 정당들은 유권자들로부터 외면받고 있다”고 했다. 국민들은 ‘보수’ 또는 ‘진보’라고 하여 어느 한쪽을 일방적으로 거부할만큼 편협하지 않다. 정치권이 제대로 된 ‘보수’와 제대로 된 ‘진보’가 아니기 때문에 거부하는 것이다.
2. 선심성 공약과 포퓰리즘은 오히려 부동산 시장을 죽인다.
여당은 설 연휴를 앞두고 한나라당 비상대책위원회는 정책쇄신1호로 ‘100만 명을 위한 정책’을 내놓았다. “제2금융권 전‧월세 대출금리를 연 14%에서 절반으로 깎아주겠다‘고 발표한 것이다. 그런데 당정 협의나 당내 논의도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다고 한다. 심지어 금융위나 실무를 맡게 될 주택금융공사와도 재원 확보에 대한 사전 협의가 없었다고 한다. 더구나 이 정책은 근본적인 전‧월세난 해소와도 거리가 있다.
비상대책위원회에서 결과적으로 좋은 정책을 내놓을지는 모르겠지만, 일을 추진하는 과정은 기존의 방식과 다르지 않아 보인다.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역량지수’라는 어려운 수학공식을 만들어서 공천과정을 합리화할 수는 있을지 몰라도, 아직 국민들에게 다가가기에는 한계가 있어 보인다. 고 김수환 추기경께서는 "사랑이 머리에서 가슴으로 내려오는 데 70년이 걸렸다"고 했다.
‘SNS역량지수’를 통하여 젊은 층에게 다가가려는 것도 바람직하고 젊은 층의 의견도 더 잘 수렴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젊은 층의 의견에 귀기울이고 더 많은 의견을 수렴하는 것은 바람직하지만, 국민전체의 의견을 더 잘 수렴했다는 환상까지는 갖지 않기를 바란다. 소셜네트워크에 모든 국민이 동일한 접근성을 가지는 것은 아니다.
민주통합당의 한명숙 대표도 ’70만 명이 혜택 받는 정책‘이라며, “부가가치세 간이과세기준을 연매출 4,800만 원에서 8,000만 원으로 올리겠다”고 발표했다. 세원 투명화를 위해 간이과세를 축소해온 기존의 정책 기조와는 반대 방향이다. 정당은 일관된 정책을 추진하고 긍정적인 성과를 내어서 국민의 지지를 얻어야지, 국민의 지지를 얻기 위하여 원칙없이 정책을 변경하는 것은 위험한 일이다.
한편, 기획재정부와 한국은행의 집계결과에 따르면, 2011년 3분기 일반정부와 공기업의 부채 잔액은 789조 3,660억 원이다. 이는 2012년 정부 예산 325조 4,000억원의 2.4배에 달하는 규모이다. 2012년 복지예산은 92조 6,000억원이며, 내년 복지예산은 100조원이 넘을 것으로 전망된다. 그럼에도 여야 모두 총선용 정책(아니 선심성 공약)을, 재원 마련 방안도 없이 내놓고 있다. 공약(公約)이 공약(空約)이 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이러한 공약은 시장을 혼란시키고 국가의 재정 부담을 늘리는 포퓰리즘에 불과하다.
더구나, 선심성 정책은 공짜가 아니다. 예산없는 정책은 허구이고 정책없는 예산은 낭비이다. 반드시 유권자에게 직‧간접적으로 비용을 청구한다. 다만, 그 청구방법이 우회적이어서 유권자가 모를 뿐이다.
포퓰리즘을 추구하는 정치인은 눈앞에서 작은 이익을 주면서, 보이지 않는 곳에서 커다란 것을 훔쳐가는 도둑이다. 선심성 정책의 수혜자는 이를 통하여 득표에 성공한 정치인 뿐이다. 손실은 사회화되고 이익은 개인화되는 것이다. 그러나 시민단체도 복지는 강조하면서 복지를 실현할 예산문제에는 침묵하고 있다. 복지예산도 경제성장의 과실이다.
3. 선심성 공약과 포퓰리즘은 국민을 잘못된 투자로 이끈다.
현재 한국경제는 성장 정체, 물가 상승, 실업문제 등 불안 요소가 해소할 만한 성장동력이나 이슈가 없다. 올해에는 총선과 대선이 있으니 막연히 매수 심리가 회복될 것이라는 것은, 희망섞인 기대이지 어떤 과학적 근거는 아니다. 어느 시점에 얼마나 회복될 것인가는 누구도 장담할 수 없다. 가까운 미래에 부동산 시장이 긍정적으로 움직일 것이라는 식의 낙관적인 목소리도 점차 작아지고 있다.
현재처럼 가계대출이 1000조나 되는 상황에서 매수 심리는 쉽게 회복되지 않는다. 더구나 현재처럼 가계대출이 지금처럼 심각한 상황에서 한번의 잘못된 투자는 가계에 회복할 수 없는 타격을 입힌다.
따라서, 정치권에서 책임질 수 없는 막연한 추측성 정보를 제공하거나, 일회성 선심성 공약을 남발하는 것은 안된다. 명품신도시를 표방했던 광교신도시는 민원신도시라는 오명을 얻고 있다. 실현가능한 공약을 제시하고, 책임질 수 있는 정보를 제공하고, 반면 장밋빛 전망 뒤에 가려진 위험요소를 제공하여, 유권자(가계) 스스로 판단하게 하여야 한다.
4. 변화하는 사회의 트렌드에 부합하는 정책이어야 한다.
아래 〈그림 1〉은 ‘가계의 은행 저축성 예금 추이’를 나타낸다. 가계가 은행에 맡긴 예금은 1997년 7월 104조 2,497억원에서 지속적으로 증가하여 2011년 11월401조 2,547억원에 도달했다.
가계자금이 이처럼 저금리에도 불구하고 은행으로 유입되는 국내적 요인은 경기침체이다. 현대경제연구원은 1월 24일 “우리나라의 잠재성장률이 지난 2008년 금융위기 이전 4.7%에서 금융위기 이후 3.8%로 급락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밝혔다. 또 가계자금의 저축성예금으로의 유입속도의 가속화와, 예금의 장기화 현상도 나타나고 있다. 예금과 실물경제와 괴리되는 현상까지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그림 1> 가계의 은행 저축성 예금 추이
아래 〈그림 2〉는 ‘주택을 구입할 의사’가 있는 30대의 비중을 나타낸다. 불과 2년만에 1/3로 줄어들었다. 이것은 개인의 자금부족, 주택의 투자가치 상실, 구매 심리 저하 등 여러 가지 이유로 인한 복합적 결과로 보인다.
<그림 2>‘주택구입 의사가 있다’고 응답한 30대 비중
이 외에도 부동산의 미래 수요 계층인 30대의 생활패턴이 변하고 있다. 이들의 생활패턴은 부동산(주택)구입과는 거리가 있어 보인다. 이들은 유학, 해외 여행과 연수 등 해외 체류경험이 풍부하고, 기성세대보다 이동성이 강하다. 또, 이들은 결혼이 늦어지면서 생애 최초로 주택을 마련하는 시점도 늦어지고 있다. 결혼도 선택인 이들에게 주택이 필수일수는 없다. 기성 세대에게 있어서 주택은 꼭 필요한 ‘주거공간’이면서 ‘투자대상’이었지만, 이들에게 주택은 언제든지 옮길 수 있는 ‘거주공간’이다. 이들은 특정 장소에 얽매이지 않는다. 소셜네트워크의 주 이용자들의 상당수는 이러한 ‘도시 유목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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