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칼럼

2012년에도 전세난이 지속 될 이유

김기영이사 2012. 1. 19. 0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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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에도 전세난이 지속 될 이유

‘어렵지 않아요’, ‘이렇게 하면 돼~요’ 요즘 한창 뜨고 있다는 모 개그 프로그램의 코너에 나오는 말투다. 얼마 전에는 코너에 언급된 내용 때문에 출연 중인 개그맨이 국회의원으로부터 고소를 당해 오히려 시청률이 높아지기도 했다. 그 만큼 그 코너에서 다루어지는 주제는 단순히 재미있는 ‘소재’가 아니라 생활 속에서 다들 느끼고 생각하고 있던 사회적 ‘이슈’라는 점에서 시사개그로 풍자되는 과정을 통해 함께 웃고 공감할 수 있는 것이 그 만큼 인기있는 코너가 될 수 있지 않았나 싶다. 얼마 전 주제로 ‘전세문제’가 다루어 졌다.

 

전세난은 이렇게 묘사됐다. 먼저 수많은 집 가운데 ‘내 집’이 없으며 당연히 세입자로 살고 있음을 당당하게 선언한다. 전세로 사는 것 자체가 문제 될 것이 없다는 당당함은 평균 전세가격을 언급하면서부터 반전되기 시작한다. 서울시 평균 전세값 2억 3천만원은 200만원의 월급 10년을 한 푼도 안 쓰고 꼬박 모아야 할 정도의 금액임을 강조한다.(참고로 부동산 114의 자료에 따르면 12월 23일 현재 서울시 전세 평균가격은 국민주택규모 85㎡ 기준으로 할 경우 2억 1,505만원임을 밝힌다.) 그럼에도 2년 후 전세값은 상식 이상으로 올라갈 것이고 상승한 전세값을 감당하지 못할 경우 살던 곳에서 살지 못해 서울에서 멀어질 수 밖에 없음을 꼬집고 있다. 전세값의 상승에 따른 ‘전세값의 공간경제학적’ 결과는 자녀의 출산에 따라 방을 하나 늘려 서울에서 더욱 멀어진 출근 거리 때문에 새마을호로 새벽3시에 퇴근해서 옷갈아 입고 다시 새벽 4시차로 출퇴근하며 잠은 기차에서 해결하는 아버지의 모습으로 희화화 되며 클라이맥스를 향한다. 서울에서 멀리 떨어져 큰 집에서 생활하지만 내 집이 아닌, 남의 소유로서의 전셋집은 못 하나 제대로 박을 수 없는 ‘주인님’ 소유라는 데서 전세살이의 서러움을 사회지도층도 내 소유의 ‘내 집’이 없어 앞으로 좋은 ‘부동산 대책’이 곧 나올 것이고, 그마저도 아니면 2018년 이후 인구 감소시기로부터 100년만 더 살면 ‘내 집’ 마련할 수 있다는 공상과학으로 마무리된다.

 

작금의 전세값 상승과 전세살이의 서러움이 촌철살인의 대사를 통해 납득하기 쉬운 시사 개그로 만들어진 셈이다. 쉬운 설정과 비유를 통해 시청자들은 내 집이 있든 없든 상관없이 전세살이 하면서 겪었을 동병상린의 경험이 오버랩 됐을 것이고 그런 경험이 없는 젊은이 들 조차 어렵지 않게 공감할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2011년 올 한 해 만의 전세난에 그치지 않을 전망이다. 내년에도 전세난은 지속될 여지가 높다. 현재의 전세난이 시스템적으로 해결되기보다는 경제여건과 인구구조 변화 등을 통해 구조적으로 더욱 어려운 상황을 연출할 것으로 예상된다. 무엇이, 어떤 변화가 현재의 전세난을 이전보다 구조적으로 어렵게 만드는 요인으로 작용할까?

 

첫째, 세계경제의 어려움에 따른 불확실성의 증가 요인이다. 유럽발, 미국발 재정위기가 아직 해소되지 않았다. 미국경제는 소비・고용・주택관련 지표를 3대 지표로 보는데 최근 이 세 지표가 개선되고 있다는 것이 긍정적이다. 문제는 역시 유로존일 듯 싶다. 그만큼 국제 경제 여건은 여전히 불완전하며 유동적이다. 국제공조를 통한 조속한 안정이 필수적이지만 우리 의지대로 할 수 없다는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둘째, 내수부진이다. 세계 경제의 불확실성 증가는 우리에게는 치명적이다. 2012년도 경제성장률을 한국은행이 3.7%대로 낮춰 잡은 가장 큰 이유가 바로 우리나라 밖에서 결정되는 국제경제의 불확실성에 기인했기 때문이다. 5개월 전보다 무려 1% 포인트 정도 낮춰 잡은 수치다. 이러한 경제성장률은 결과적으로 실질소득을 감소시킨다. 실질소득의 감소는 내수를 감소시켜 내수확대를 통한 경제 활성화로서의 선순환이 아닌 악순환을 만들어 낼 가능성이 높다. 내수부진은 가계부채의 이연 또는 증가로 이어져 올 한 해 가계경제를 지속적으로 압박하게 된다.

 

셋째, 앞선 요인들이 총체적으로 주택에 대한 매매수요보다는 전세수요를 확대시켜 전세시장을 더욱 압박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점이다. 주택가격이 오르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는데 굳이 (내 집을 마련하려는 실수요자라도)집을 살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가격이 오르지 않을 것이라면 굳이 매수하지 않고 전세수요로 남아 있으면서 ‘타이밍’을 엿보는 게 낫다고 판단될 수 있기 때문이다. 전세난은 전세 물건의 부족에 따른 결과다. 전세 물건을 확대시킨다면 문제는 해결 될 수 있다. 그러나 전세 수요가 지속적으로 증가한다면 단순히 전세 물건 자체의 공급 확대로 해결되지 않는다. 전세물건은 다주택자들의 거주 주택 이외의 주택에 의해 형성되는 사적 임대시장의 형성이 필요하다는 점에서 다주택자들 또는 주택에 대한 매수세가 회복 또는 확대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추가적 매수세로서의 실수요자 또는 가수요로서의 투기적 수요자들의 선택이 현재의 경제여건에서는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전세난이 구조적으로 더 어려워 질 수 밖에 없는 이유다. 이런 이유로 전세난의 해결은 전세가격의 안정에 있지 않다. 왜, 전세수요로 남는가에 있다. 전세 수요자의 특성이 무엇인지를 파악하는데 있다. 거기에 향후 우리나라 주택정책의 방향과 함의가 숨어 있다. 시장을 읽지 못하면 우리는 현재의 전세문제를 시사개그 이상의 ‘뉴스’로 다시 접해야 할지 모른다. 이미 시장(market)은 결과를 잉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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