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칼럼

월세 상승의 주택정책적 의미

김기영이사 2012. 2. 16. 1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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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세 상승의 주택정책적 의미

 

 

월세가 15년 만에 최고 상승률을 보였다. 2월 7일 한국은행과 통계청의 소비자물가지수에 따르면 2010년을 100으로 했을 때 2011년의 월세지수는 102.6으로 전년대비 2.6% 올랐다. 이는 1996년 3.0% 이후 가장 높은 상승률이다. 최근 몇 년간 전세난이 가중되고 이에 따라 전세가격의 상승폭 역시 컸으니 월세의 상승폭도 당연히 컷을 것으로 예상할 수 있다. 그러나 15년 만의 최고를 기록했다는 것은 단순히 전월세 시장의 가격 상승으로 치부하기에는 시기적으로 그리고 정황상 시사하는 바가 크다. 월세의 15년만의 최고 상승은 주택시장에 있어 어떤, 무슨 의미 일까? 어떻게 이해할 수 있을까?

 

우선 월세 상승의 내용을 살펴보면 이렇다. 방(房) 수가 적을수록 월세의 오름세가 컸다.  국토해양부의 수도권 월세 가격 동향조사에 따르면 작년 12월 방 한개(원룸)의 월세 가격지수는 106.0(2010년 6월을 100으로 했을 때)으로 전년 말보다 3.9% 올랐다. 방 두개(투룸)는 2.8%, 방 세개(스리룸)는 2.0%의 상승률을 기록했다. 지역적 차이를 감안하더라도 보편적인 상승세라고 할 수 있다. 주거유형별로는 오피스텔 상승률이 4.1%로 가장 높고, 단독주택 4.0%, 연립·다세대주택 3.4% 순이었다. 아파트만 1.4% 하락했다. 서울(1.0%)보다는 경기(5.6%)의 월세 상승률이 높았다. 서울의 전월세가 크게 오르자 서울 주변 지역으로 전월세 수요가 옮겨갔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월세 급등의 원인은 간단하다. 전세가격이 상승했기 때문이다. 작년 전세지수는 104.6으로 2010년보다 4.6% 올라 2002년 7.2%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수도권의 전세가격은 최근 조정 받고 있다. 하향세를 보이고 있다. 그러나 이것도 총액 기준으로 살펴보면 2년전보다 낮아진 게 아니라 오히려 상승했다. 즉, 수치로는 전세가격의 하향세가 보이고 있음에도 실제 전세가격 자체는 낮아지지 않았다는 뜻이다. 바꿔 말하면 전세 계약을 갱신해야 하는 세입자 입장에서는 2년 전보다 낮은 금액이 아니라 오히려 상승된 금액으로 전세를 갱신한다는 뜻이고 이것은 최근의 경제 상황을 감안할 때 세입자에게 또 다른 부담이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모 부동산정보업체에의 조사에 따르면 2012년 1월 현재 수도권 아파트의 전세금을 모두 합한 시가총액은 619조원으로 2010년 1월(521조원)보다 98조원 늘었다고 밝혔다. 2년간 전세금이 24% 오른 셈이다. 지역별로는 서울이 260조원에서 310조원으로 50조원, 경기도가 165조원에서 199조원으로 34조원 각각 늘었다. 수도권에서 2년간 전세 시가총액이 감소한 지역은 한 곳도 없었다. 최근 지방에서의 전세가격 상승률이 서울ㆍ수도권보다 크다는 것을 감안하면 올 해도 지방의 전월세 가격은 상승이 불가피한 측면이 있을 수 있다는 대목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작금의 월세가격 상승은 주택정책적 측면에서 어떤 시사점이 있을까? 첫째, 전세시장의 상승 가능성 속에서 월세로의 전환 속도가 빨라질 수 있음을 의미한다. 이것은 주택가격 상승 가능성이 이전보다 높지 않다는 측면에서 전세보다는 반전세 또는 월세로의 전환을 통해 레버리지 효과를 높일 수 있다는 측면에서 임대인으로서는 선호될 수 밖에 없는 임차구조라고 할 수 있다.

 

둘째, 베이비부머의 수익형부동산에 대한 선호와 무관하지 않다. 자산의 약 80%를 부동산으로 보유한 베이비부머의 은퇴는 부동산을 통한 자산의 분배라는 측면에서 이들 세대의 학습효과라는 세대적 특성을 감안할 때 노후자금 역시 부동산, 즉 수익형 부동산을 통한 자금 확보가 최선이라고 생각할 것이라는 점이다.

 

셋째, 인구구조의 변화로 인한 선택의 집중이다. 이전까지는 피부로 느끼지 못한 그래서 미처 대처하지 못한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특히 1인 가구의 증가는 단순히 1인 가구의 증가라는 현상에 그치지 않고 주택소비와 연계되면서 1인 가구만의 독특한 소비패턴을 만들어 내고 있다. 주택가격이 지속 상승할 것이라는 묵계가 깨지면서 복합적으로 나타난 현상이기도 한데, 단순히 사두면 오를 것이라는 중형 이상의 아파트에 대한 선호가 현실적으로 역세권 중심의 주거용 오피스텔 혹은 도시형 생활주택이라는 상품에 대한 구체적인 수요로 나타나면서 이들 상품에 대한 수요의 증대로 나타나고 있다. 이것은 앞서 언급한 베이비부머의 수익형부동산 취득 증가와 맞물리면서 시장에서 수요와 공급의 메카니즘에 따른 새로운 트렌드를 만들어 내고 있다는 점에서 상호보완적인 시너지가 있다. 또한 앞으로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는 점에서 향후 주택정책의 방향 설정에도 영향을 미칠 수 밖에 없다.

 

월세의 상승은 전세난에 기초한다. 그러나 단순히 전세난의 문제 해결로 최근 변화로서의 월세 상승세가 낮아질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 그것은 이미 우리나라 주택시장이 새로운 경계점을 통과하면서 나타나고 있는 신호, 시그널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러한 변화의 요인과 배경에 통해 향후 주택정책적 방향 설정에 감안해야 한다. 이미 시장은 변화고 있다. 아니 그 반대라고 할 수 있다. 이미 소비자의 주택에 대한 소비는 새로운 시장의 필요성을 역설하고 있다. 새로운 시장의 필요성과 역할을 어떻게 정책적으로 읽어 낼 수 있느냐가 향후 주택정책의 실패를 최소화 할 수 있다. ‘주택정책’은 유권자들의 마음을 부추기는 ‘공약(空約)’에 있지 않다. 바로 시장(market)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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