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매 뉴스

'깡통 전세'에 우는 세입자들…소액은 '안전'?

김기영이사 2013. 7. 6. 15: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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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매에 나온 주택 세입자 10명 중 7명은 "보증금 일부 또는 전부 떼인다"]


 #지난해 초 결혼한 직장인 강모(37)씨는 서울 구로동의 디지털단지역 부근에 있는 45㎡ 다세대주택(빌라)에 8000만원을 주고 전세를 들어갔다. 직장도 가깝고 역세권이어서 신혼살림을 차리기에 적당했다. 당시 이 주택 시세는 약 1억5000만원. 등기부등본상 은행대출도 4000만원에 불과했고 주변 시세보다 싸게 나왔다.

 "걱정할 것 없다"는 당시 부동산 중개업자의 말과는 달리 최근 이 주택이 경매에 나왔다. 집주인이 약 5000만원의 미납세금을 내지 않았기 때문이다. 미리 집주인의 '미납국세 등 열람신청서'를 발급받아야 하지만 '설마'하고 넘어갔던 게 탈이 난 것이다.

 이미 한차례 유찰돼 최저가가 감정가(1억4000만원)의 80%인 1억1200만원까지 떨어졌다. 현재 분위기상 한차례 더 유찰될 것으로 보이지만, 최저가에 낙찰되더라도 세금과 은행대출을 빼고 나면 강씨가 받을 돈은 2200만원에 불과하다. 유찰돼 9000만원 이하에 낙찰되면 한 푼도 돌려받지 못한다.

 얼마전 지인에게 이 문제를 하소연했더니 '소액임차인 최우선변제제도'라는 것이 있다는 것을 알려줬다. '구세주'를 만났다고 생각했던 강씨는 또다시 청천벽력과 같은 얘기를 듣게 됐다. 최우선변제가 가능하지만 전세금 7500만원까지만 해당되기 때문에 강씨는 '자격미달'이라는 것이다. 결국 강씨는 전세금 500만원 차이로 한 푼도 돌려받지 못하고 거리에 나앉게 될 수도 있다.

 강씨는 "전세금 500만원을 더 내는 바람에 한 푼도 구제받지 못하는 이런 법이 어디 있냐"며 "피해액에 따라 일정 비율을 적용해 구제를 해 주던지, 최소금액을 정한 후 그 한도까지만 보장을 해 주던지 해야 할 것"이라고 푸념했다.

/ 자료제공=부동산태인

 집값 폭락과 전세대란이 이어지면서 강씨와 같은 '깡통 전세'가 속출하고 있다. 이에 전·월세 세입자들은 보증금을 떼이는 경우가 늘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법에서 정한 소액임차인에 해당되더라도 자격 조건을 꼼꼼하게 따지지 않으면 피해를 보기 십상이다.

 ◇전·월세 보증금 떼이는 세입자, 매년 늘고 있다

 최근 4년간 경매물건으로 나온 아파트와 연립·다세대, 단독·다가구주택 세입자 10명 중 7명은 근저당권 등 말소기준권리 설정일보다 전입신고일이 늦는 등 전·월세 보증금을 통째로 떼이거나 배당을 받더라도 전액 회수가 불가능해 재산 손실이 불가피한 것으로 나타났다.

 5일 법원경매정보업체 부동산태인에 따르면 2010년부터 2013년 6월까지 경매로 나와 낙찰된 수도권 소재 아파트(주상복합 포함)와 연립·다세대, 다가구·단독주택 물건 5만6578개를 추출해 분석한 결과 임차인이 존재하는 물건 3만1363개 중 임차인 미수금이 발생한 물건은 76.2%인 2만3903건으로 조사됐다.

 이는 최근 경매에 나온 주택 세입자의 절반 이상이 어떤 식으로든 재산상 손실을 입었음을 의미한다. 이른바 '깡통 전세'인 것이다. 특히 해마다 그 수치가 늘고 있어 사회적인 문제로 불거지고 있다.

 2010년 수도권에서 경매 낙찰된 주택건수는 1만3600건으로, 이중 7230건이 세입자가 있는 물건으로 파악됐다. 이중 75%인 5422건이 임차인 미수금이 발생한 데 이어 △2011년 75.6%(8218건 중 6209건) △2012년 76.31%(1만246건 중 7819건) △2013년 78.55%(6월15일 기준, 5669건 중 4453건) 등으로 해마다 늘고 있다.

 용도별로는 아파트보다 연립·다세대주택에서 재산상 손실이 많은 것으로 분석됐다. 2010년부터 수도권에서 진행된 임차인이 있는 연립·다세대 경매 물건 1만1741개 중 미수금이 발생한 물건은 9572개로 81.5%, 아파트는 1만6485개 중 1만2129개(73.6%)였다. 단독·다가구주택은 70.2%(3137개 중 2202개)로 집계됐다.

 정대홍 부동산태인 팀장은 "전·월세 가구가 증가 추세에 있다보니 말소기준권리에 후순하는 임차인 또한 계속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며 "경매에 넘어간 집 때문에 보증금을 떼이는 사례도 점차 증가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소액임차인도 안전하지 않다"

 '깡통 전세'와 말소기준권리 설정일보다 전입신고일이 늦어 피해를 보는 계층은 대개 사회 초년생이나 대학생 등 보유자금 규모가 작고 부동산 임대에 대한 지식이 많지 않은 젊은 세대들이 많다.

 이들은 인터넷 검색 등을 통해 '소액임차인 최우선변제'에 대해선 대개 인지하고 있지만 소액임차인 기준을 모르거나 전입신고와 확정일자만 받아두면 100% 안전하다는 식의 잘못된 지식을 갖고 있어 언제라도 피해를 입을 수 있다는 지적이다.

 특히 근저당이 많이 설정되는 원룸이나 오피스텔을 월세로 임차하는 경우 임차인 권리를 주장할 수 없는 경우가 많아 보증금이 비록 소액이라도 꼼꼼히 따져봐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정대홍 부동산태인 팀장은 "소액임차인에 해당하더라도 물건에 담보물권이 설정된 날짜에 따라 우선 변제받는 보증금이 달라진다"며 "세입자는 물론 앞으로 전·월세 계획이 있는 사람도 대항력이 있는지, 최악의 경우는 어떻게 되는지 등에 대해 꼼꼼히 따져봐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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