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6월 17일 서울동부지방법원 경매 1계. 서울 송파구 송파동에 있는 래미안 송파 파인탑 아파트 53㎡가 5억원에서 한 차례 유찰돼 4억원에 경매 물건으로 나왔다. 19명이 치열한 경합을 벌인 끝에 최초 감정가에 근접한 4억9387만원에 팔렸다. 낙찰가율(매각가율)은 98.8%를 기록했다.
# 6월 19일 서울남부지방법원 8계에서는 영등포구 양평동에 있는 오목교 코업레지던스 오피스텔 17㎡가 7000만원에 주인을 기다렸다. 18명이 참여해 최초 감정가(9000만원)의 95.4%인 8586만원에 새 주인을 찾았다.
경기불황으로 경매 시장에서도 85㎡ 이하 중소형 부동산이 인기다. |
요즘 경매 시장에서 중소형 부동산(주거형·수익형)이 대세다.
85㎡ 이하 물건은 지역, 가격을 불문하고 1회만 떨어져도 실수요자와 투자자가 몰려 전 유찰가에 근접한 금액에 낙찰된다. 2회 이상 떨어진 중소형 물건은 거의 찾기 힘들 정도. 반면 중대형 아파트는 실수요자만 몰리다 보니 두 차례 이상 떨어진 물건이 적지 않다. 하반기에 투자심리가 회복되면 1회 유찰된 중대형 물건의 매수도 늘어날 전망이다. 주거형뿐 아니라 오피스텔 등 수익형 부동산도 경매 시장에서 잘나간다. 부동산 시장의 패러다임이 차익 실현에서 임대수익으로 변하자 싼 가격에 수익형 부동산을 사려는 경매 투자가 늘어났다. 특히 수익형 부동산은 주거형과 달리 고액 물건이라도 임대수익만 담보된다면 유찰 횟수를 불문하고 곧장 팔려나간다.
단독 경매 참가자가 늘어난 것도 눈에 띄는 현상이다. 6월 20일 서울중앙지방법원 2계에선 18건의 팔린 물건 중 나 홀로 참여한 물건이 무려 11건(61.11%)에 이른다.
임대수익 보장된 고액 물건도 인기
법원 경매는 부동산 시장에서 선행 역할을 한다. 4·1 대책이 나오기 전 먼저 움직인 투자자로 인해 4월 경매 참여자와 낙찰가율 모두 껑충 뛰었다. 그러나 5월을 정점으로 약발이 점차 약해지고 있다. 경매 시장은 보통 참여자가 먼저 반응을 보이고 이어 낙찰가율이 따라 움직이는 구조다. 상승기에는 참여자와 낙찰가율이 거의 시차 없이 반응을 보이지만 하강기에는 입찰 참여자가 먼저 줄어든 후 약 한두 달 내외의 시차를 두고 낙찰가율이 떨어진다.
이 같은 시차구간에는 고가 낙찰 사례를 자주 볼 수 있는데 이는 입찰 참여자가 전달의 고가 낙찰에 의존해 예정가를 산정했기 때문이다. 4·1 대책 이후 수도권 아파트의 평균 응찰자 수는 4월 첫째 주 7.2명에서 셋째 주 7.3명으로 최고치를 찍은 후 5월 셋째 주에는 6.4명이 참여해 물건당 0.9명이 줄었다(지지옥션, 대법원 법원경매정보 자료). 반면 같은 기간 서울 지역 아파트 낙찰가율은 4월 78.7%에서 5월 79.8%로 오히려 1.1%포인트 상승했다. 입찰 참여자가 줄어들었지만 낙찰가율이 상승한 것도 이런 시차 때문이다. 6월로 취득세 감면 혜택이 종료되고 계절적 비수기에 들어가기 때문에 3분기 낙찰가율이 둔화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그러나 신규 유입 물건이 늘어난 점은 눈여겨볼 만하다. 2010년 이후 매년 줄어들던 신규 유입 물건이 지난해 11만8015건으로 2011년 10만7842건에 비해 1만173건이 늘었다. 올 1분기는 3만939건이 시장에 쏟아져 지난해 1분기 2만8601건에 비해 2338건(8% 이상)이 늘었다.
1분기에 신규 물건이 늘었다는 점은 경매 시장에 좋은 징표다. 왜냐면 현재 진행 중인 물건은 3~5개월 전에 경매 개시가 결정된 물건으로 올 하반기는 1분기 물건이 시장에 반영돼 소비자의 선택 폭이 더욱 넓어질 것이기 때문이다.
경매 참여자 가운데 약 70%는 투자를 목적으로 한다. 낙찰은 얼마든지 가능하나 되파는 것은 매수인이 아닌 시장이 정하는데 부동산 시장 침체로 낙찰자가 맘대로 할 수 없다. 결국 거래가 정상화될 때까지는 실수요자 우위 시장이 형성될 것이다. 실물경기 회복이 더딜 경우 추가 하락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으나 원하는 조건의 물건이라면 실수요자는 망설이지 말고 참여해볼 것을 권한다. 반면 차익을 노리는 투자자는 좀 더 시장 추이를 지켜보는 여유가 필요하다. 시장의 불확실성이 사라지고 반전의 신호가 있을 즈음인 4분기에 참여해도 늦지 않다.
아파트
상반기에 이어 하반기도 금액별, 평형별 양극화 현상은 계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버블세븐 지역은 실수요자 위주로 시장이 움직이고 비버블세븐 지역과 지방은 투자자가 시장을 주도할 것이다. 중소형은 90% 초·중반대에 매각가가 형성돼 치열한 경합이 예상된다. 재건축 대상 아파트는 저밀도 물건은 강보합세를 띠고 중층 아파트는 정부 정책의 향배에 따라 등락할 것으로 예상된다.
연립·다세대
뉴타운·재개발 출구전략에 따라 정비(예정)구역 해제 등으로 희비가 엇갈릴 것으로 보인다. 지역 지정 후 진행이 지지부진한 지역은 출구전략이 오히려 호재로 작용할 수 있다. 반면 뉴타운·재정비촉진지구라도 개발 재료에 기댄 입찰은 자제해야 한다. 과거처럼 낙찰받고 보자는 묻지마 경매 대신 실수요자와 소액 투자자들의 소신 입찰이 필요하다.
근린상가
6월 12일 서울중앙지법에서는 서초구 서초동에 있는 7층 빌딩이 40억8936만원에 대기 중이었다. 신건이었음에도 7명이 경합을 벌여 최초 감정가보다 약 11억7000만원 높게 쓴 최 모 씨가 52억5700만원에 낙찰받았다. 저금리 시대에 상가에 대한 관심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상가도 빈익빈 부익부다. 테마상가나 단지 내 상가 등은 공급과잉과 상권 형성 실패로 시장에서 따가운 눈총을 받고 있다. 반면 저평가 물건이거나 리뉴얼을 통해 상권 회복이 가능한 물건은 투자자가 몰릴 것으로 예상된다. 관건은 유입 물건인데 경기 침체 여파로 우량 물건이 속속 경매 시장에 들어오고 있어 올 하반기엔 소비자의 선택 폭이 넓어질 것으로 보인다.
오피스텔
저금리 시대 경매 시장에서 각광받는 수익형 부동산의 쌍끌이 종목 중 하나인 오피스텔에 대한 투자자들의 관심은 계속 이어질 전망이다. 단 오피스텔은 지난 3년간 공급과잉과 경기 침체 여파로 수익률이 떨어지고 있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 역세권과 오피스 밀집 지역 위주로 참여해 공실을 줄여야 한다.
토지
투자재로서의 토지는 고전을 면치 못할 것으로 예상된다. 힐링 붐을 타고 전원주택이나 농가주택, 주말·체험 영농에 대한 수요가 늘긴 했지만 역부족이다. 고무적인 현상이라면 오랜 경기 침체 여파로 거품이 상당 부분 빠져 실수요자의 부담이 줄었다는 점이다. 그동안 관망만 하던 장기 투자자도 유입 물건이 늘어 적극적인 행보를 보임직하다.
이 모든 전망의 기저에는 실물경기가 키를 쥐고 있다. 박근혜 정부의 기본 방점이 부동산 거래 활성화에 찍혀 과거처럼 정부 정책이 주요 변수로 작용할 가능성은 줄었다. 대신 실물경기가 경매 물건 수 증감뿐 아니라 투자 수요에 절대적인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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