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란이 그치지 않는 주택 취득세 인하 문제에 대해 대통령도 한마디 했다. 박근혜 대통령이 9일 국무회의에서 최근 취득세 인하 관련 부처 간 마찰을 두고 "국민이 혼란스럽지 않겠느냐"고 말한 것이다. 박 대통령은 "정부 부처 간 토론으로 타당성 있는 결론을 내야 하는데, 이견만 노출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번 논란은 지난달 서승환 국토교통부 장관이 "재산세는 올리고 취득세는 내리는 방향으로 부동산 세제 개편을 추진하겠다"고 발언하면서 본격화됐다. 취득세 감면 기간이던 올해 1~5월 전국 주택 거래량(43만4726건)은 지난해 같은 기간(38만9085건)에 비해 11.7% 증가했다. 하지만 6월로 감면 기간이 끝나면서 거래량이 크게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있던 때 나온 발언이었다.
국토부 "내리자" 안행부 "안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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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득세가 주 세원(稅源)인 지방자치단체는 이를 반길 리 없었다. 취득세율을 지금의 절반으로 낮추면 전국 지자체는 연간 2조7000억원의 세금을 덜 걷게 된다. 지방세 제도를 다루는 안전행정부는 지난 2일 "취득세율 인하를 위해서는 먼저 지방재정 보전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반박했다.
그런데 서 장관은 3일 국회 가계부채 청문회에서 "취득세를 낮출 필요가 있다면 항구적으로 낮추는 게 정책 관점에서 바람직하다"고 다시 말했다. 다음 날 인천시와 경상북도도 취득세 인하 반대 입장을 발표했다. 결국 박 대통령이 국무회의에서 "경제부총리가 주도해 개선 대책을 수립해 보고하라"고 지시하게 된 것이다. 이에 중앙일보는 취득세 인하 관련 핵심 논의 세 가지에 대해 세금 전문가(한국세법학회 임원) 5인의 의견을 들었다.
"과열되면 세율 다시 올리면 돼"
우선 취득세 인하가 필요하다고 본 전문가는 네 명이다. 옥무석 이화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지금 취득세 제도는 부동산이 최고 활황이었던 때 투기 억제를 위해 만든 것"이라며 제도의 일관성을 강조했다. "제도 자체가 옳은지 그른지를 떠나 부동산 시장 상황을 조율하기 위해 만든 것이라면 요즘 같은 때는 세율을 내리는 게 마땅하다"는 논리다. 옥 교수는 "부동산 경기가 다시 과열되면 그때 또 세율을 올리면 된다"고 했다. 안경봉 국민대 법학과 교수도 "정권이 세금 등 여러 수단을 동원해 국민 생활 안정을 꾀하려는 시도를 인정한다"며 현실론을 지지했다.
김관기 김박법률사무소 변호사는 "세율을 1% 밑으로 내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우리나라의 취득세 등 부동산 거래 세금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최고 수준"이라며 "취득세는 다른 나라처럼 일종의 소액 수수료로 봐야 하는데, 우리나라는 부동산 투기를 막는다는 명분으로 취득세를 높게 설정해놨다"고 말했다. 김두형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도 "이제 국민 머릿속에 취득세 일시 감면은 예외가 아닌 원칙이 됐다"며 "차라리 현실에 맞게 2~3%로 세율을 내리고 특별 감면을 더 이상 허용하지 말아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정지선 서울시립대 세무전문대학원 교수는 지방 세수 감소 이유를 들어 반대 의견을 냈다. 그는 취득세가 높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중개 수수료 등을 감안하면 전체 거래 비용은 우리나라가 OECD 다른 나라에 비해 낮은 수준"이라고 했다.
"취득세 내려도 시장 살리기 한계"
취득세를 내리면 주택 거래가 살아날까. 5명 중 4명이 고개를 저었다. 정 교수는 "부동산 가치가 예전처럼 지속적으로 오를 것이란 기대가 있어야 사람들이 집을 살 것"이라고 분석했다. 안 교수도 "지금까지 부동산 경기는 세율이 아닌 수요·공급이 어느 정도냐에 따라 움직여왔다"고 설명했다. 김 교수는 "주택 매수세가 약한 이유는 세율 탓이 아니라 양도차익을 기대하기 어려운 시장 상황 때문"이라고 전했다.
옥 교수는 취득세 인하의 필요성은 인정하면서도 그 역효과를 우려했다. 그는 "부동산 시장 조정 목적으로 시행하는 세금 제도는 이제 시장 전문가들이 그 흐름을 충분히 파악하고 있다"며 "오히려 시장 전문가들이 정부의 움직임을 이용하는 역효과가 날까 염려스럽다"고 말했다.
반면 김 변호사는 긍정론자다. 그는 "현행 취득세율은 주택 수요자뿐 아니라 사업 부지를 구해야 하는 신규 기업의 진출도 막는 부작용을 일으키고 있다"고 했다. 또 "빚을 지고 집을 샀지만 높은 취득세율 때문에 거래가 줄면서 제값에 팔지 못하는 하우스푸어가 늘고 있다"며 "부자들의 탐욕을 막자는 취득세 본래 목적과 다른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지자체의 반대 움직임에 대해선 "세수 보전 대책이 필요하다"는 입장이 우세했다. 정 교수는 "취득세 인하보다 세수 부족에 대한 보완책이 먼저 나와야 한다"고 주장했다. 안·김 교수도 "지자체 세수 부족 문제 해결도 중요하다"며 "부동산 시장 활성화가 필요하다는 입장엔 중앙정부와 지자체 간 이견이 없으니 합의점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 변호사는 "다른 항목의 세금 수입이 지자체로 전해질 수 있도록 제도 보완이 필요하다"고 했다.
지자체에 대한 비판론도 있다. 옥 교수는 "취득세 제도는 부동산 시장 조율 목적으로 만들었는데, 이제는 재정을 늘리기 위한 수단으로 그 본래 취지가 변질된 사례"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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