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스텔 대출 오히려 힘들어졌다
노량진에 사는 김 모씨(55)는 지난 6월 경기도 부천 상동에 고시원 사업을 하기 위해 상가 건물 1개층을 매입했다가 '준주택' 규정 때문에 낭패를 봤다. 김씨는 감정가가 10억원이라 고시원 건물에 대한 주택담보인정비율(LTV) 80%를 적용해 8억원을 대출받을 계획이었다. 하지만 김씨가 계약을 마치고 8월 초 대출신청을 하자 은행에서는 대출이 어렵다고 했기 때문이다.
김씨는 "준주택이 되면 대출받기가 쉬워질 줄 알았는데 실제 대출을 받을 수 있는 금액이 건물 감정가의 30% 선밖에 안 돼 잔금을 어떻게 마련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7월 6일 주택법시행령 개정으로 준주택 제도가 시행된 지 한 달이 지났다. 시장에서는 오히려 사업을 시행하기 어려워졌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준주택 제도 시행 이전과 달리 고시원 등 용도가 '주택'으로 명확하게 규정되면서 담보인정비율이 크게 낮아졌기 때문이다. 준주택 제도 시행 전에는 고시원이나 원룸텔 등 소형 주거상품은 감정가의 최대 80%까지 대출이 가능했다. 하지만 소형 주거상품이 법적으로 '주택'으로 간주되자 담보인정비율이 50~80%로 오히려 줄어들었다. 이전에는 시중은행이나 저축은행 등 제2금융권에서는 소형 주거사업에는 주택이 아닌 근린생활시설(상가)로 개별 가이드라인을 만들어 대출했다.
담보를 최대로 인정받더라도 소액임차보증금 제도(건물주가 파산하더라도 임차인이 보증금을 돌려받을 수 있도록 하는 제도)로 공제되는 금액을 제하면 대출은 더 줄어든다. 서울은 고시원 용도로 대출을 받을 때 실(방)개수당 2500만원을 소액임차보증금으로 제한다. 고시원, 원룸텔 등은 10~30개 이상 규모로 지어 공제되는 금액이 크다.
금융회사도 난감하기는 마찬가지다. '고시원사업자대출'이라는 특화상품을 취급하는 수협에서는 준주택 시행 이후 한 달이 지난 17일에야 상품 관련 가이드라인을 일선 창구에 내려보냈다.
지난해 10월 말부터 올해 7월까지 취급실적이 103건(473억원)으로 수요가 꾸준했으나 새로운 규정을 적용하면 대출액이 줄어서다.
수협은 담보인정비율을 50% 적용하면 소액보증금을 차감하지 않는 예외적용을 신설했다. 수협 관계자는 "고시원이 주택으로 간주되면서 소액임차보증금 공제 때문에 대출액이 크게 줄어든다"며 "본인 주택을 담보로 운영자금을 조달할 때는 80%까지 대출이 가능하게 하는 등 규정을 변경했다"고 설명했다.
일단 법을 만들고 지원 방안은 추후 확정하는 식의 지원 규정도 시장에 혼란을 더하고 있다.
국토해양부에서는 지난 7월 국민주택기금 운용계획을 발표하고 기금 지원 가이드라인을 발표할 계획이었으나 부처 간 협의가 안 돼 한 달 이상 늦어지고 있다. 4월 준주택 개념을 도입한 지 4개월이 지났으나 '도시형 생활주택에 준하는 지원'이라는 모호한 기준만 있는 셈이다.
원룸텔과 고시원 등 사업 컨설팅 업체인 고종옥 코쿤하우스 대표는 "부동산 사업 특성상 땅을 사기 위해 미리 대출을 받는데 현재 상태에서는 기금 지원을 받을 수 ㅃ없다"며 "준주택 시행 이후 기존에 상가로 대출받을 때보다 자금 마련이 더 어려워졌다고 호소하는 사업자가 많다"고 말했다.
■ < 용어 >
준주택 = 법상 주택은 아니지만 오피스텔, 고시원, 노인복지주택 등 사실상 1~2인가구 주거에 사용되는 건물을 일컫는다. 정부가 1~2인가구용 주택을 늘리고, 안전기준을 강화하기 위해 주택법시행령을 개정해 지난 7월부터 준주택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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