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칼럼

주택담보대출이 증가하면 주택 거래량도 함께 증가할까

김기영이사 2013. 6. 24. 14: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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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서론

 

한국은행은 2013.6.12. 「2013년 5월 중 금융시장 동향」을 통해 “주택담보대출(모기지론 양도 포함)은 주택거래량이 늘어나면서 전월 수준으로 증가”하였다고 발표하였다.

 

보다 구체적으로 보면 주택담보대출액은 지난 4월에 비해 3.2조 원 증가하였으며, 이와 같은 증가는 주택거래량이 증가하였기 때문이라고 발표하였다. 또한, 주택담보대출액 증가분이 주택거래량과 관련된다는 근거로 서울의 아파트 거래량이 4월에 비해 200호 증가한 것을 제시하였다.

 

이와 같은 한국은행의 발표를 근거로 각종 언론에서는 4·1부동산 종합대책(서민 주거안정을 위한 주택시장 정상화 종합대책) 영향으로 주택담보대출이 많이 증가한 것처럼 기사를 쏟아내고 있다.

 

그러나 이와 같은 올해의 주택담보대출액 증가분은 2011년 5월의 2.5조 원이 증가한 것이나, 2012년 5월의 2.3조 원 증가한 것에 비추어 볼 때, 예년 보다 약 0.8조 원이 더 증가한 것에 불과한 것이다. 이러한 점에 비추어 볼 때 과연 이 정도의 주택담보대출액이 증가만 가지고 4·1부동산 종합대책 영향으로 주택시장이 정상화되고 있는 신호로 볼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 생긴다.

 

이 글은 주택담보대출액의 증가가 한국은행의 주장처럼 주택거래량 증가 때문인지, 아니면 다른 원인도 있을 수 있는 것인지를 분석해보기 위하여 작성하였다.

 

 

2. 본론

 

글의 작성을 위해 우선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과 통계청의 국가통계포털, 부동산거래량 통계를 제공하는 국토해양부의 온나라부동산포털의 3개 사이트를 방문하여 2006년 1월 이후 주택담보대출 통계와 주택거래량 통계, 기타 이와 관련된 다양한 통계들을 수집하였다.

 

수집한 통계를 근거로 각종 경제요인 상호 간의 인과관계를 분석하기 위하여, 경제 분석가들이 가장 많이 사용하는 SPSS 프로그램을 활용하여 회귀분석을 시행하였다.

 

분석의 첫 단계로서 주택담보대출액과 주택거래량의 2개 변수 상호 간의 인과관계를 분석(단순회귀분석)하였다. 그 결과 일반적인 상식이나 한국은행의 주장과는 달리, 주택담보대출액이 증가한다고 해서 반드시 주택거래량이 증가하는 것은 아닌 것으로 나타났다.

 

두 번째 단계에서는 주택담보대출액과 다양한 경제변수들 상호 간의 다중회귀분석(인과관계 분석)을 하였다. 분석 결과에 따르면 주택담보대출액(예금취급기관 주택담보대출)은 우리나라 전체 경제상황(경기종합지수 중 동행지수)과 가장 밀접한 관계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영향력 0.870). 즉 경제상황이 좋아질 때 주택거래량이 증가할 가능성이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난 것이다(더욱 상세한 분석 결과가 궁금한 전문가는 별첨 <부록> 참조 요망).

 

한편 주택거래량 역시 주택담보대출액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으나, 주택의 거래량이 증가할수록 주택담보대출액이 반드시 증가하는 것이 아니라, 주택 중 대형주택(85㎡ 초과 주택)의 거래량이 증가할 경우만 주택담보대출액이 함께 증가하며, 중형주택(40㎡ 초과 85㎡ 이하)의 거래량이 증가하면 오히려 주택담보대출액은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대형주택 거래량이 주택담보대출에 미치는 영향력의 크기는 경제상황의 변화가 미치는 영향력의 1/3 정도에 불과하며(0.282), 중형주택 거래량이 증가하면 주택담보대출이 감소하는 경우의 영향력과 유사한 정도(-0.264)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와 같은 결과에 따르면 2006년 이후에는 대형주택 구입자는 주택담보대출을 통해 구매자금을 조달하는 경향은 증가하나, 중형주택 구입자는 주택담보대출을 통해 주택 구매자금을 조달하는 경향은 오히려 감소하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이와 같은 특이한 현상과 관련하여 일부 전문가들은 주택담보대출의 이유 중 하나가 주택을 사기 위한 것이 아니라, 생계비를 마련하기 위한 것이라는 주장을 하고 있다.

 

이들 주장의 타당성을 판단하기 위하여 실업률이나 우리나라 가구 중 적자 가구(수입보다 지출이 많은 가구) 비율을 함께 포함하여 인과관계를 분석하였다.

 

분석 결과에 따르면 실업률이 높아질수록 주택담보대출액이 증가하며, 주택 소유 비율이 높은 계층 중 하나인 소득 4분위 가구(전체 가구 중 소득 순위가 상위 60% ~ 80%인 가구)의 경우 적자 가구(소득보다 지출이 많은 가구) 비율이 높아질수록 주택담보대출액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와 같은 결과는 실업률이 증가할수록, 주택을 소유한 계층의 소득이 감소할수록 주택담보대출액이 증가하는 것을 의미한다. 따라서 일부 주택소유자는 주택구입자금이 아닌 사업자금(자영업)이나 생계비 등을 마련하기 위하여 주택을 담보로 대출받는 경향이 있다는 전문가들의 주장도 타당한 것으로 판단된다.

 

다만, 이와 같은 실업률의 영향력은 0.130이며, 소득 4분위 가구의 적자 가구비율의 영향력은 0.101로서 대형주택 거래량의 각각의 영향력은 대형주택 거래량이 갖는 영향력의 절반 정도이나, 이들 2가지 요인의 영향력을 합산하면 0.231이므로 대형주택의 영향력과 유사한 크기이며, 우리나라 경제상황이 미치는 영향력의 약 1/3 정도가 된다.

 

 

3. 결론

 

전체 분석 결과에 따르면 한국은행의 주장과 같이 주택담보대출액이 증가한 것이 반드시 주택거래량이 증가하였기 때문으로 볼 수 없다. 따라서 각종 언론을 통해서 보도되는 것과 같이 5월의 주택담보대출액 증가 경향만으로는 4·1부동산 종합대책으로 주택시장이 활성화되는 것으로 볼 수 없다.

 

이는 주택담보대출액이 증가하는 것은 주택거래량 증가에도 영향을 받지만, 전체 경제의 흐름에 가장 큰 영향을 받게 되며, 주택거래량 증가의 영향력만큼 실업률이나 가계수지의 적자도 큰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특히 최근 전반적으로 실업률이 증가하고 적자 가구의 비율도 다시 증가하는 추세를 볼 때 주택을 구매하기 위한 주택담보대출액 증가분보다는, 실업률이나 적자 가구의 증가로 인해 생계비 등을 조달하기 위한 주택담보대출의 증가분이 더 클 가능성도 배제하지 못한다.

 

따라서 5월의 주택담보대출액의 증가가 4·1부동산 종합대책으로 주택시장이 활성화되었기 때문인지를 보다 명확하게 분석하기 위해서는, 앞으로 발표될 5월의 경기종합지수, 실업률, 6월 이후에 발표될 소득분위별 적자 가구비율 통계를 종합적으로 판단해봐야 할 것이다.

 

 

<부록>

 

이 글은 일반인을 위해 작성한 글이므로 다중회귀분석 결과를 본문에 수록하지 않았다. 관련 전문가들은 다음과 같은 회귀분석 결과를 고려할 경우 보다 정확한 이해에 도움이 될 것이다.

 

<표 1> 모형요약

종속변수: 예금취급기관주택담보대출

 

 

<표 2> 계수

 

 

<자료>

- 예금취급기관주택담보대출: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 월별 통계자료(2007.12 – 2013.4)
- 경기동행종합지수: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 경기종합지수 월별 통계자료(2006.1 – 2013.4)
- 중형주택 매매 면적: 국토해양부 온나라부동산포털 월별 주택거래통계(2006.1 – 2013.4)
- 대형주택 매매 면적: 상동
- 실업률: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 월별 통계자료(2006.1 – 2013.4)
- 적자 가구비율3분위: 통계청 국가통계포털 분기 통계자료(2006.1/분기 – 2013.1/4분기)
- 적자 가구비율4분위: 상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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