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칼럼

전세금 더 오를 이유: 전세의 경제학

김기영이사 2013. 8. 5. 1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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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절적 비수기 예외 없는 전세금. 더 오를 수밖에 없는 이유


전세금 상승세가 무섭다. 여름 휴가철 계절적 비수기도 예외 없다. 아파트 매매가격의 하락 가능성과 하락 폭이 클수록 전세금은 그보다 더 오르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국지적이지만 실제로 전세금이 매맷값을 추월한 곳도 있다. 그런 양상을 보이는 곳은 전국적으로 더 많다. 지금의 전세금 상승세를 어떻게 이해할 수 있을까? 그럴 수밖에 없는 이유가 있다.

 

서울 전세금 상승률이 2011년 9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7월 서울의 전세금은 0.44% 올랐다. 수도권은 0.36% 상승했다. 2011년 9월 서울 0.54%, 수도권 0.7% 오른 이후 가장 큰 상승률이다. 서울 평당 전세금도 900만 원을 돌파했다. 서울 시내 아파트 3,308개 단지, 127만 6294가구를 대상으로 전세금을 분석한 결과 평균 900만 1900원을 기록했다.(7월 26일 기준) 2011년 7월 800만 원을 돌파한 데 이어 2년 만에 900만 원선을 넘어섰다. 중요한 것은 전세금이 단순히 올랐다기보다는 상승세가 가파르다는데 방점이 찍힌다. 시기적으로는 전통적으로 비수기라는 여름 시즌임에도 그렇다는 얘기다. 전세금 변동에 이제 전통은 없다. 이례적 현상으로서 예외가 생겼다. 왜 올랐을까? 그렇다면 앞으로 더 오를까?

 

오를 수밖에 없다. 사실 전세금의 상승추진력은 이제부터다. 정부 입장에서는 이제부터가 고비다. 바야흐로 계절적 비수기를 지나 그렇지 않아도 신규 수요가 늘어나는 시점인데 여기에 전세금 상승에 따라 계약 시점 만기 이전에 전세 재계약을 하려는 임차인들까지 가세하고 있다. 전세금 상승은 불문가지다. 얼마나 오를 것이고, 시장에 어떤 변화를 촉발시킬 것인가 하는 것이 관점 포인트다. 오를 이유는 분명하다. 과거에는 전세가율(매매가 대비 전세금 비율)이 높아지면 전세 세입자들이 집을 샀다. 일종의 신호였던 셈이다. 그런데 지금은 그럴 필요성을 피부로 못 느낀다. 전세금이 너무 오른 탓도 있고 전세자금대출 금리 인하 등 전세 관련 자금조달이 쉬운데다가 집값 상승세가 전보다 못하기 때문이다. 정리하면 이렇다. ‘전세금이 오르고 있는데 전세를 선호하는 임차인들이 더 많으니 전세물건이 부족하고 그래서 전세금이 더 오를 것이다’. 대체로 이러한 정황만으로도 전세금은 오를 수밖에 없다. 그런데 이런 이유 외에 전세금이 오를 이유는 더 있다.

 

 

전세금 상승, 전세 물건 부족. 임대인 우위의 시장 구조 한 몫


전세금이 오르면 임대인 입장에서는 나쁠 것이 없다. 돌려주어야 할 돈이기는 하지만 전세 보증금 운용을 통한 차입투자(leverage)와 더불어 집값 상승으로 인한 자본이득(capital gain)까지 기대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최근 변화가 생겼다. 집값 상승세가 둔화 된 것이 가장 크다. 여기에 저금리다. 운용 수익과 자본이득 모두 크게 기대할 것이 못 된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임대인(집주인)입장에서는 고민할 수밖에 없다. 전세를 놓을 것인가? 월세로 바꿀 것인가? 결론은 월세다. 이유는 다양하지만, 전세보다는 월세를 받는 것이 현재 시장의 추세다. 당연히 전세 물건이 월세물건이 이동한다. 그만큼 시장에서 전세물건 찾기는 어려워진다. 전세물건이 희소성을 가질 수밖에 없다. 전세금이 오를 수밖에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바로 전세물건의 감소가 전세물건의 희소성을 높여 전세금을 상승시키는 원인이 셈이다. 여기에 임대인 우위의 시장 구조가 한몫을 한다고 할 수 있다. 작금의 전세금 상승 일면에 임대인의 의사 결정이 중요한 변수라는 것은 중요한 시사점을 주는 대목이기도 하다.

 

통계청의 2010년 인구·주택 총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가구 100곳 중 42곳은 전·월세 등 내 집이 아닌 임대주택에 거주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세는 369만 가구, 월세는 352만 가구 수준이다. 집을 빌려 사는 가구 비중은 1990년 이후 꾸준히 하락하다 2005년 이후 다시 늘기 시작했다. 임차유형 또한 변하고 있다. 전세보다는 월세 비중이 증가했다. 2000년 28.2%였던 전세 비중은 2012년 21.8%로 줄었다. 반면 같은 기간 월세 비중은 13.7%에서 21.3%로 늘었다. 전세 비중이 높았던 것에서 이제는 전·월세 비중이 비슷해졌다. 현재와 같은 상황이 지속한다면 앞서 언급한 임대인처럼 의사 결정을 할 것이고 그렇다면 앞으로 월세 비중이 더 높아질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월세전환율(전세를 월세로 바꿀 때 적용되는 이자율)이 떨어짐에도 불구하고 전세를 월세로 돌리는 임대인이 늘고 있다는 것이 앞으로 임차시장이 월세 시장으로 전환된다는 것을 보여주는 일면이기도 하다. 모 부동산정보업체에 따르면 지난 2010년 10월부터 2013년 1월까지 서울지역의 전·월세 실거래가 자료를 분석한 결과, 2010년 10월 6.7%였던 월세전환율은 올해 1월 6.33%로 0.37%포인트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저금리 기조 및 매매시장 침체에 따른 전세금 상승으로 반전세 혹은 보증부 월세의 공급이 많아지면서 월세전환율은 오히려 하락한 것으로 분석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월세로 전환하려는 움직임이 활발한 것은 월세전환율이 여전히 시중금리보다는 높기 때문이다. 실제로 서울시 아파트 월세 거래 건수는 2010년 1만2064건에 불과했지만 2011년에는 2만7751건, 2012년에는 2만7299건으로 월세 거래의 비중이 크게 늘어났다.

 

 

취득세 감면 효과 의문. 전세시장 아닌 도시 공간 차원의 종합적 대책 필요


전세금은 오르고 있는데 전세를 선호하는 임차인들이 더 많으니 전세물건 부족으로 인해 가격은 더 오를 수밖에 없다. 여기에 집주인들의 월세 선호 현상은 전세물건의 희소성을 더 높이고 있으며 임차인들의 전세 굳히기(학군, 직장 등 이유) 또한 가격 상승을 대세로 만드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는 셈이다. 전세금 상승은 지극히 경제적인 이유에 근거한다. 전세의 경제학이다. 바로 이런 이유로 전세금 상승세를 둔화시키기 위한 모색이 요구된다. 전세물건 자체를 늘리는 방안과 임차인으로 하여금 ‘내 집 마련’의 기회로 삼을 수 있는 동기를 부여할 필요성이 있다. 전세금 상승세를 낮추려면 임차인을 위한 전세자금 대출보조 등도 방법이지만 임대인의 임차유형 및 가격 결정에 영향을 주는 방안이 정책적으로 모색(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폐지 등)될 필요성이 있다. 제한적이지만 결국 임차수요를 거래수요로 확대하는 것이 궁극적으로 전세금 상승을 억제할 수 있다.

 

취득세의 영구적 인하가 검토되고 있다는 것은 시장 측면에서는 긍정적이다. 그런 이유로 정부 부처 간 취득세 감면과 관련된 최근의 난맥상은 시장에서 보기에 좋지 않게 비친다. 또 여기에 최근 발표된 논문(“취득세 감면이 주택 수요에 미치는 영향에 관한 연구”(임상수, 2013, 서울 도시연구)에 의하면 15개 광역시·도(제주도 제외)의2006~2012년 패널자료를 분석한 결과 주택수요에 영향을 미친 요인은 소득, 전세금, 코스피(KOSPI)지수, 양도소득세 중과, 세계 경기침체 등인 것으로 나타나 취득세 감면이 주택거래 활성화에 크게 이바지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지적은 단순히 취득세가 아닌 종합적 대책의 필요성을 요구한다고 할 수 있다.

 

전세금 상승은 정부의 도시재생을 통한 도심 활성화 정책과도 상반된다. 전세금 상승은 일부 계층의 공간적 분화를 가속화해 전세금 비싼 도심에서 더욱 저렴한 외곽으로의 인구이동을 촉발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노후화된 도심을 활성화해 저성장시대를 대비하고자 하는 정책 방향과 다른 결과다. 따라서 정부의 고민은 전세금 상승의 주택시장에 머물 것이 아니라 보다 큰 틀에서 바라볼 필요가 있다. 오히려 그러한 거시적 처방과 방향성이 소비자들에게 합리적 판단을 위한 준거의 틀로 작용할 수 있다. 100세 시대를 살아야 하는 소비자는 시장을 통해 길게 보는 안목을 이미 키웠다. 믿고 따를 수 있는 정부의 긴 호흡이 필요한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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