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칼럼

[Cover Story] 전문가 3인이 말하는 `불황기 부동산 투자전략`

김기영이사 2013. 7. 20. 1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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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의 4ㆍ1 부동산 대책은 상반기 부동산 시장 판도를 바꾸는 데는 성공했다. 하지만 이달 들어 거래가 다시 침체되면서 100여 일 만에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 많은 대책을 내놨지만 대책 발표 당시에도 중대형 미분양 아파트에 대한 ’배려’가 없었다는 점에서 이미 한계가 있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제도 폐지와 분양가 상한제 탄력 적용 등 추가 대책도 국회에서 난항을 겪음에 따라 하반기에도 여전히 시장 전망이 어둡다고 본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전문위원, 이상영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 허윤경 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이 하반기 부동산 시장 전망을 놓고 벌인 난상토론에서도 이 같은 문제점들이 집중 거론됐다.

-상반기 시장과 4ㆍ1대책을 간략히 평가한다면.

▶이상영 교수=수도권에서 가격 하락이 본격화되면서 시장이 바닥세를 형성하기 시작했고, 이에 따라 거래량 회복이 서서히 일어났다. 특히 4ㆍ1대책을 전후로 거래량이 폭증하며 시장 회복 기대감이 커졌다. 다만 취득세 한시 감면이 6월 말로 종료되고, 4ㆍ1대책 후속 조치가 지지부진하면서 시장에서 관망세가 확대되는 상황이다.

▶박원갑 전문위원=4ㆍ1대책은 세제ㆍ금융ㆍ공급 등을 조절하는 쇼크 요법으로 시장에 매매 수요를 되살리려는 정책이었다. 결과적으로 거래는 늘어났지만 실거래가는 그다지 늘지 않는 반쪽짜리 결과가 나타났다. 새로운 수요 창출이 어려운 상황이라 과거에 쌓인 매물들을 걷어내주는 정도의 효과에 그친 것이다. 연착륙할 수 있는 징검다리를 만들었다는 데만 의의가 있다.

▶허윤경 연구위원=과거와 달리 정책이 시장에 끼칠 수 있는 영향력이 제한적이다. 결과적으로 4ㆍ1대책은 단기 효과에 그쳤고, 지역적으로도 강남 재건축 아파트 일부에 효과가 있었을 뿐 나머지 지역에 대해선 하락세가 둔화되는 정도였다. 특히 대책에 악성 미분양을 포함한 대형 고가 주택이 빠지면서 효과가 반감됐다.

-하반기 시장 활성화를 위해 어떤 추가 조치가 필요할까.

▶박 위원=중대형 아파트의 몰락과 경색이 사실상 부동산 시장 침체의 진앙이다. 소형은 사실 가격도 떨어지지 않았고 거래도 잘되고 있는데 4ㆍ1대책은 혜택을 소형에만 더 줘서 양극화만 심화됐다. 현재 중대형을 보유한 50대 이상 베이비부머들이 주택을 처분할 수 있도록 하는 대책이 시급하다. 먼저 국회에 계류된 수직증축 리모델링을 빠르게 통과시키기고, 한 집을 두 집으로 바꾸는 ’쪼개기 리모델링’ 비율을 현행 전체 가구 3분의 1에서 2분의 1로 완화해주는 등 조치가 필요하다. 주택임대사업자 면적 기준 등을 완화해 누구나 임대사업에 손쉽게 나설 수 있도록 해 수요의 물꼬를 터줘야 한다.

▶허 위원=수도권 외곽 지역에 적체된 고가 대형 주택에 대해 소비ㆍ공급 부문 양방향 지원이 필요하다. 수도권 외곽 상황에 변화가 있을 때 비로소 시장 회복을 기대할 수 있다. 특히 대형 주택 수요가 교체 수요라는 점을 고려하면 생애최초뿐 아니라 주택 교체 수요자를 위한 정책적 배려도 필요하다. 연말정산 시 장기주택저당차입금 이자상환 공제 대상 주택을 전용면적 85㎡ 이하, 취득가액 3억원 이하 주택으로 한정하고 있는데 상향 조정을 검토할 만하다.

▶이 교수=단기부양정책은 한계가 있다. 장기적이고 구조적인 대책이 올바른 방향이다. 세금뿐만 아니라 수도권 공간정책, 교통정책, 고용정책 등을 전반적으로 손봐야 한다. 이번 4ㆍ1대책에서 주택 공급을 조절하겠다고 했지만 공공 부문에 초점이 맞춰져 있고 민간 부문은 강하게 손보지 않았다. 수도권 대량 미분양을 야기한 공급 부문 정책 문제를 따져서 해결책을 고민해야 한다.

-하반기 투자 포인트는.

▶박 위원=호황기의 투자 프레임을 저성장 체제의 프레임으로 바꿔야 한다. 사실상 가격이 오르지 않는 시대에 투자 유망처는 없다. 결국 할 수 있는 방법은 투자 비용을 낮추는 것밖에 없다. 불황기에는 인기 지역과 비인기 지역의 하향평준화가 일어나기 때문에 일단 저렴하면서도 환금성이 높은 물건을 고르는 게 좋고, 둘째로 인기 지역 물건들을 노리는 게 좋다. 리츠나 금융상품 등 다양한 포트폴리오를 갖추는 게 중요하다.

▶이 교수=최근 인기가 좋은 수익형 부동산은 좀 더 세분해서 보는 것이 필요하다. 주거용 수익형 부동산은 공급 과잉 문제가 있는 데다 도시형생활주택은 그간 완화됐던 규제가 다시 강화되면서 투자 매력이 크게 떨어졌다. 최근 1~2년 수익보장 상품도 나오고 저분양가로 승부하는 곳도 있기 때문에 장기적으로 수익이 얼마나 확보될 수 있는지 따져 투자에 나서야 한다.

▶허 위원=단기 차익에 연연하지 않는다면 장기적인 관점에서 소형 아파트도 나쁘지 않다고 본다. 소형은 가격이 쉽게 떨어지지 않는 데다 임차 수요가 꾸준하기 때문에 장기적인 월세 수익도 노릴 수 있다.

-하반기 전세시장 전망은 어떤가.

▶이 교수=매매시장이 어려워지면서 전세 수요가 늘어나는 것은 불가피하다. 반면 임대인들은 전세보다 월세 공급에 치중할 가능성이 높다. 결국 전세 물건 품귀로 전세금 상승 속도가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반면 월세는 도시형생활주택이나 원룸이 너무 많이 공급돼 오히려 가격이 떨어질 것으로 보인다.

▶허 위원=하반기에는 전국 전세금 상승률이 2%대로 예상된다. 2013년 연간으로는 3.2% 수준이다. 재작년 수준의 11% 상승률에는 못 미치지만, 문제는 이미 오른 전세금이 연속해서 꾸준히 오르고 있다는 것이다.

▶박 위원=전세시장은 이미 막바지고, 월세 공급이 크게 늘면서 임대차 시장이 월세 중심으로 재편될 것이다. 다만 재편되는 속도는 소형과 대형이 다를 것이다. 집주인에게는 전세보증금이 고스란히 빚이기 때문에 목돈 상황이 어려운 대형은 여전히 전세로, 차액 마련이 쉬운 소형은 빠르게 월세나 반전세로 전환될 것이다.

-취득세 영구 인하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허 위원=이미 시장에서 합리적으로 생각하는 취득세율은 2%다. 4%는 법정세율일 뿐이다. 정부가 부동산 경기 부양과 세수 보존이라는 두 목적 사이에서 왔다갔다하는 사이 이미 국민 인식이 변했다. 감면을 해주다가 종료되면 또다시 연장안을 내놓는 식은 더 이상 옳지 않다. 합리적인 선인 2% 전후로 취득세율을 재논의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

▶박 위원=취득세율은 한번 손볼 시기가 왔다고 본다. 2006년 실거래가 신고제가 도입되면서 종전 시가의 30~50% 불과했던 과표기준이 100% 반영됐다. 세율은 그대로인데 과표기준이 올라가니까 체감하는 세 부담이 급격히 늘어난 것이다. 전면 실거래가를 도입하면서 과표기준을 하향 조정해야 했는데, 당시는 버블세븐에 부동산 투기 문제가 나오며 하지 못했다. 이게 일반 주택 수요자들에겐 고스란히 부담이 되고 있다.

▶이 교수=거래세를 낮추는 게 옳다고 생각한다. 실거래가가 급등하며 과세표준도 함께 가파르게 올라 세율 조절을 했어야 하는데 우물쭈물하다가 여기까지 왔다. 부동산 자산에 대한 보유세를 높이고 거래세를 줄여줘야 시장이 활기를 띠는 데도 도움이 될 것이다. 특히 취득세는 그간 정부가 부동산 경기 조절 수단처럼 썼는데 이미 한계에 봉착했다. 사람들은 학습효과 때문에 감면을 안 해주면 집을 안 사는 식으로 대응하고 있다.

내집마련 어떻게…보금자리 잔여물량 뉴타운·경매 주목

"투자가 아니라 실수요가 목적이라면 올해 하반기는 내 집 마련 최적기입니다."

세 전문가는 이런 불황기에도 불구하고 올해 하반기가 실수요자들에게는 주택을 매입할 가장 좋은 시기라고 진단했다.

4ㆍ1대책으로 생애 최초 주택구입자에 대해 취득세가 면제되고 매입자금 대출 조건도 크게 완화됐기 때문이다. 특히 저금리 기조가 이어지면서 주택 구매비용에 대한 부담은 어느 때보다 낮다는 게 이들 평가다.

허윤경 연구위원은 "생애 최초 주택구입자에게 지금처럼 다양한 혜택을 줄 수 있는 시대가 다시 올지 장담할 수 없다"며 "실수요자들은 저가 매물이나 분양가가 낮은 신규 물량에 접근하는 것도 좋다"고 말했다.

연말까지 6억원 이하 또는 전용 85㎡ 이하 주택을 계약하면 주어지는 5년간 양도소득세 면제 혜택도 이유다. 단기적인 시세차익을 기대하긴 어렵지만 장기적으로는 시장이 살아나고 가격이 오를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갈수록 전세금이 오르는 상황에서 이미 떨어질 대로 떨어진 집값도 전세보다 내 집 마련 쪽에 힘을 실어준다.

중요한 것은 역시 ’가격’이다. 인기 지역이나 입지가 좋은 곳을 찾는 것도 중요하지만 결국 무조건 싸게 사는 것이 이득이라는 의미다.

박원갑 전문위원은 "가격이 저렴한 보금자리주택 잔여 물량이나 강남권 재개발, 서울 뉴타운을 비롯해 광교, 위례, 고양삼송 등 인기 지역 분양가상한제 물량을 분양받는 것도 고려해볼 만하다"며 "단순히 분양만 볼 게 아니라 급급매, 법원경매, 부실채권 등 다양한 방법을 통해 주변 시세 대비 10% 이상 저렴하게 매입하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당장 집값 하락에 따른 위험 부담이 크다면 추후 시장 상황을 고려해 매입 결정을 할 수 있는 분양전환 상품에도 관심을 가져볼 만하다.

이상영 교수는 "전세가 집값 하락 위험에서 가장 멀리 떨어진 방식이긴 하지만 거주 안정성이 크게 떨어지는 점이 문제"라며 "10년 이상 장기임대 후 분양 전환하는 상품 등에 접근하는 것도 안정적인 전략"이라고 말했다.

[전병득 기자 / 백상경 기자 / 이승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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