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전세값이 연일 급등하면서 중산층 이하 계층의 주거불안 문제가 심각해지고 있다. 게다가 수도권의 경우는 주택시장이 오래 침체되고 있어, 그 동안 집값 상승을 기대하고 전세형태로 계약을 했던 집주인들이 일명 반전세 형태로 전환하고 있다. 전세금이 부족한 임차인은 부득이 반전세를 선택할 수 밖에 없지만, 전세를 선호하는 임차인 입장에서는 전세 물량이 줄어 매달 임대료를 내야하는 부담이 추가로 생겼다. 정부로서도 전세값을 안정시킬 만한 뾰족한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처럼 집주인이 전세대신 보증부 월세형태로 계속 전환하는 경향이 지속되면서 앞으로는 전세 제도가 점차 사라질 것이라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물론 이러한 주장은 과거에도 있었다. 그 주된 이유는 국내 임대차 시장에서 전세방식이 오랫동안 유지되어 왔음에도 불구하고 전근대적 방식이며, 주택가격 상승이 제한적인 상황에서는 전세방식이 차츰 줄어들 것이라는 것이다. 즉, 전세가 효율적인 주거형태로 존속하기 위한 전제조건은 “전세를 안고서라도 주택을 사려는 투자수요가 높고”, “주택구입을 위한 부족자금을 제도권 금융에서 조달하기 어려운 상황”인 경우라는 것이다.
그렇다면 지금까지 변화여건 속에서도 지속적으로 유지되고 있는 전세제도는 언제부터 시작된 것인가? 여러 기록에 의하면 전세제도는 1876년 강화도 조약이후 일본에 대한 개항과 농촌인구의 이동으로 서울 인구가 급증하면서 전세제도가 시작되었다고 한다. 전세는 불확실한 임차인의 신원을 보증하는 기능을 하면서도 매월 임대료를 받는 것보다 관리가 쉬워 자리를 잡기 시작하였다는 것이다. 이러한 전세는 다른 나라 사람의 눈에는 매우 독특한 제도였던 것 같다. 이는 일본이 우리나라를 식민지 지배하기 위해 조사한 조선총독부의 관습조사보고서에서도 잘 나타나 있다. 이 보고서는 “전세란 조선에서 가장 일반적으로 행하여지고 있는 가옥 임대차 방법으로서 임차할 때 차주로부터 일정한 금액(통상, 가옥 대각의 반액 내지 7,8分인 경우를 통례로 한다)을 가옥 소유자에게 기탁하여 별도로 차임을 지불하지 않고 가옥반환 시에 그 금액의 반환을 받는 것이다.”라고 기록하고 있다. 그러나, 전세는 점포(지금의 상업용 건물)에서는 거의 이루어지지 않고, 주택에 대해서만 사용되었다고 설명한다. 전세는 초기에는 경향(지금의 서울)에서 건물임대차의 한 방법으로서 행하여져 왔으나, 한국전쟁을 계기로 거의 전국 군소도시에서 성행했다고 한다. 전세는 우리나라 일부 지방에서 사용되던 주택 임대차의 독특한 형태로서 급속한 도시화를 겪으면서 보급이 확산되었던 것으로 보인다.
전세라는 임대차 제도가 다른 나라에서도 존재했었는지-지금은 사라진 것인지-를 정확하게 확인하기는 어렵지만, 아직까지 우리나라와 같이 주요 임대차 제도로 전세를 널리 사용하는 나라는 관찰되고 있지 않음은 분명해 보인다. 그러나 최근 집값이 앞으로 크게 상승하지 않을 것이라는 공감대가 어느 정도 형성되면서 다시 전세제도가 점차 사라질 것이라는 주장이 증가하고 있다. 통계상으로도 전세비중은 그동안 조금씩 감소해왔다. 통계청의 인구주택총조사 자료에 의하면, 전체 가구 중에서 약 21.7%가 전세로 살고 있는데, 전세거주 비중이 가장 높았던 1995년(29.7%)에 비해 8%p 정도 줄었다. 한편 월세로 사는 가구의 비중은 1995년 14.5%에서 2010년 21.4%로 약 7%p 상승했다. 이러한 경향은 가장 최근 조사자료(「전세시장 동향 및 구조변화」2011.5, KB금융지주 연구소)에서도 확인되는데, 전세비중이 감소하는 원인에 대해 “저금리로 인하여 전세대신 대출을 받고 월세를 놓는 것이 유리하다”라는 응답한 비중이 35%를 차지한다. 지역별로는 그 차이가 보다 뚜렷하다. 수도권은 임차가구 중 전세로 거주하는 경우가 약 55%를 넘는 반면, 일부 지방도시의 경우는 40%가 되지 않는 지역도 많다. 제주도의 경우는 임차거주 가구 중 전세거주 가구의 비중이 16.3%에 불과하다. 월세 비중이 높다는 얘기다. 결국, 전세가 임대인에게는 집값이 상승하는 국면에서 자본이득을 얻게 되는 장점이 사라지고 있다는 것이다.
<그림 1> 연도별 주택 점유 형태별 구성비 추이비중(단위: %)
<그림 2> 임차거주 가구 중 전세거주가구 비중(단위: %)
그러나, 전세의 존속 여부는 임차인 관점에서 보면 얘기가 달라진다. 임차인(임차수요자)에게는 전세가 월세보다 유리하다. 보증금을 손실할 위험이 적은데다 높은 월세를 내지 않아도 되는 장점이 크기 때문이다. 공공임대주택의 경우에도 매달 임대료를 내는 임대주택보다 전세형을 더 선호하고 있다. 또한 전세가 당장의 현금구매로 사용가능한 것 보다 더 양질의 주택을 제공하기도 한다(수도권의 경우는 집값의 반도 되지 않은 금액으로 동일한 주거서비스를 누릴 수 있다.). 한국 전세의 이점을 잘 아는 외국인도 집을 찾을 때 “전세 있어요?”라고 물어본다고 한다. 이처럼 오랜 기간 우리나라 부동산 시장의 큰 축을 이루었고, 해외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독특한 임대차 제도인 전세가 과연 사라질 것인가에 대해 아직 답을 내리기는 이른 것 같다. 이를 가늠하기 위해서는 임대인과 임차인이 전세와 보증부월세를 선택하는 시장에서 어떤 조건들에 의해 움직이고 있는가에 대한 보다 심층적이고 다각적인 연구가 더해져야 가능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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